[류순열 칼럼] 지역정당으로 퇴보…'노무현 유산' 탕진한 민주당

류순열 기자 / 2022-06-02 11:43:54
견제론은 먹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참패했다. 3·9 대선에 이어 또다시 심판받았다. 6·1 지방선거 결과는 '퇴보'와 '고립'이다.

광역단체장은 호남, 제주만 확실히 지켰다. 피말리는 접전 끝에 경기도 지켜냈지만 민주당의 승리라기보다 김동연의 승리다. 경기 지역 기초단체장은 빨강(국민의힘)으로 물들었다. 민주당은 다시 지역정당이 됐다. 노무현의 유산을 탕진한 것이다.

노무현 정치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그렇다고 실패한 건 아니었다. 노무현의 정치는 진정성이 있었다. 정치적으로 불리하다고 해서 원칙과 명분을 버리지 않았다. 거꾸로 원칙을 지키고, 가치에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해 기득권을 버렸다. 질 게 뻔한데도 부산에서 세 번이나 출마해 당당하게 낙선했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헌신이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지만, 허사가 아니었다. 그런 진정성이 희망의 싹을 틔우고, 민심을 움직이고, 민주당을 바꿨다. 민주당이 호남 정당에서 벗어나 전국 정당으로 업그레이드한 건 노무현 정치가 뿌린 새정치의 씨앗 덕분이었다. 

그런데 도로 지역정당이 됐다. '바보 노무현'이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만들어놓은 전국정당이란 자산을 날려버린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인가.

일찍이 전조가 꼬리를 물었다. 노무현 정치를 계승한 문재인 정권은 오만하고 안일했다. 개혁하는 척 시늉만 할 뿐 절박하지도, 치밀하지도 않았다. "부동산만큼 자신있다"더니, 다주택자를 늘리는 엉터리 정책으로 '미친집값'을 만들어놨다. 그러고도 책임을 묻지도, 지지도 않았다. 끝까지 남탓했다.

원인 제공하면 후보 내지 않겠다는 약속도, 스스로 내건 인사 원칙도 지키지 않았고, '내로남불'로 공정 가치를 뒤흔들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지경인데도 속칭 '빠', 팬덤정치를 "양념 아닌가요"라며 부추겼다.

노무현 정치를 계승한 문재인 정권에서 노무현 정치는 사라졌다. 진영논리, 내로남불, 팬덤정치가 활개치면서 원칙과 명분은 풀잎처럼 누워 숨을 죽였다. 노무현이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정책 실패엔 분명하게 책임을 묻고, 화끈하게 사과했을 것이다.

5년 만에, 그것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대에게 정권을 내준 건 무능과 오만의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고도 민주당은 반성하지 않았다. 지도부 총사퇴, 뼈를 깎는 반성과 같은 당연한 수순은 건너뛰고 '검수완박'으로 폭주했다. 성범죄 소굴 n번방을 무너뜨린, '이대녀' 박지현(26)을 마스코트로 세워, 역시 쇄신하는 척했을 뿐이다. 그 마스코트가 진짜 쇄신하려하자 당황하는 해프닝만 노출했다.

노무현의 유산을 탕진한 범인은 결국 무능과 오만이었다. 지방선거 직전 술자리에서, 지인은 성난 목소리로 토로했다. "문재인은 노무현 묘소에 무릎꿇고 사죄해야 한다." 그는 대학 시절 운동하다 감옥까지 갔던 86세대로,노무현 정치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류순열 편집국장

K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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