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검토 이뤄졌을리 없는 '갑툭튀'국방부는 속전속결
제왕적 대통령 벗어나 국민과 소통한다는 게 명분이지만
충분한 검토 건너뛴 青집무실 이전 결정이야말로 제왕적 출발부터 모순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옮기려는 명분은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결단하지 않으면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글렀다. 이미 명분이 훼손됐다. 결단에 이르는 과정이 제왕적이다. 충분한 검토도, 의견 수렴도 없이 졸속으로 결정해버렸다. "충분히 검토했다"던 광화문 이전은 "재앙"이라고 말을 바꾸고,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을리 없는 '갑툭튀' 국방부는 속전속결로 결단했다.
가정집 이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물며 국가안보의 보루 국방부다. 비용 문제는 제껴두더라도 안보공백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중차대한 이슈다. 합참의장을 지낸 인사 11명이 '안보 대혼란'을 걱정하며 "안된다"고 직언한 터다.
국가 대사를 이런 식으로 할 수는 없다.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도 아니지만 보수라면 더더욱 그럴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겠다면서 오히려 제왕적 리더십을 드러내는 블랙코미디만 연출한 꼴이다. 윤 당선인을 편들던 보수 언론들도 "국민의견 안들은 건 유감"(조선일보)이라고, "바늘허리에 실 맬까 걱정"(동아일보)이라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집무실을 요새인 국방부로 옮기면서 국민 소통을 말하는 것도 모순이다. 시민에게 개방된 대통령 집무실 옆에 절대 개방할 수 없는 국방부가 함께 할 수 있는가. '동그란 네모', '네모난 동그라미'처럼 형용모순이다.
대통령 권한을 두고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은 틀렸다. 역대 대통령이 단지 '구중궁궐' 청와대에 들어갔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이 되었다는 말인가. 문제는 사람인데, 엉뚱하게 장소를 탓하는 꼴이다.
대통령 권한은 법과 제도에 따른 것이지, 공간이 규정하지 않는다.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겨도 권한은 그대로다. 진정 제왕적 대통령을 벗어나고 싶다면 법과 제도를 바꿀 일이다. 책임총리제를 보장하고,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인사권은 내려놓고, 법치주의를 흔드는 특별사면권도 없애면 어떤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체하는 일 역시 하루아침에 뚝딱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충분한 의견수렴과 검토는 필수다. 그게 민주주의다. 국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이 모든 절차를 건너뛰고 결론부터 내버리는 것이야말로 '제왕적'이다. 윤 당선인은 출범도 하기전에 몸소 제왕적 리더십을 시전했다.
대체 왜 그리 성급한가. 시중에 회자하는 것처럼 '비과학적 신념'에 따른 것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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