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문재인에 속고 윤석열에 꽂힌 '이대남'

류순열 기자 / 2022-02-22 18:10:26
20대의 윤석열 현상은 보수화 아닌 배신감의 표출
文정권의 '미친집값', '내로남불', 청년 미래 빼앗아
집부자 대변하는 윤석열이 '빼앗긴 미래' 돌려줄까
3·9 대선의 특징은 세대대결 양상이다. 전례없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40·50세대는 청년, 노년 세대에 포위됐다. 아래서 치받고 위에서 찍어누른다. 70대 할아버지가 20대 손자와 손잡고 가는 그림이다. 이 '연대'에서 20대 손녀는 빠졌다.

'이대남'(18~20대 남자)과 70대 이상의 표심은 거의 똑같다. 모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꽂혀 있다. 지난 18일 발표된 리서치뷰 조사를 보면 두 세대 모두 열중 여섯이 윤석열을 지지한다. 이재명 지지자는 2~3명꼴로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을 '20대 보수화'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20대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오독이다. 표심 분포가 같다고 내용까지 똑같은 건 아니다. 20대는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이분법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다.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70대 이상 남성은 단연 박정희(61%)지만 '이대남'은 노무현 29%, 박정희, 이명박 각 24%다. 이념과 진영의 이분법을 벗어났다. 산업화,민주화 유산을 공히 평가하는, 상징적 분포다. 냉전시대의 레드콤플렉스(공산주의에 대한 과민반응)에 젖은 할아버지와 산업화·민주화 이후 태어난 손자의 세계관이 똑같을 수는 없다. 

20대, 특히 '이대남' 표심은 보수화가 아니라 배신감의 표출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의 정권교체 열망, 윤석열 쏠림 현상은 문재인 정권이 만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내로남불'로 공정 가치를 흔들고, '미친집값'으로 그들의 미래를 빼앗았다.

보수화한 건 20대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다. 촛불혁명 정부라면서 혁명적이기는커녕 개혁적이지도 않았다. 입으로만 개혁을 외치며 진보 코스프레를 할 뿐이었다. 실제로는 누릴 거 다 누리는 기득권 보수세력이 되어 있었던 게 진실이다. 미친집값, 내로남불이 그 결과요, 증거다.

이제 주목할 건 누가 청년세대에게 빼앗긴 미래를 돌려줄 수 있느냐다. 그들이 꽂혀 있는 윤석열이 해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 윤 후보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집부자들 대변하시는 건 알겠는데, 국가가 다 빼앗아갔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허위사실 유포 아닌가요." 비수처럼 날아든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물음에 윤 후보는 우물쭈물했다.

윤 후보는 '종부세 폭탄' 운운하며 '화끈한 감세'를 외치는 중인데, 윤 후보가 사는 시가 30억 짜리 강남 50평 고급 아파트의 종부세는 고작 92만 원이다. 재산세와 합쳐도 400만 원에 불과하다. 심 후보는 "월세 사는 젊은이도 연간 800만 원을 낸다"고 했다.

윤 후보는 '미친 집값'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집값 하나로 대한민국이 얼마나 갈라졌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생망'의 절망에 빠졌는지 모르는 듯하다.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검찰 공화국'을 향한 진군나팔은 힘차게 불었다.

이런 후보에게 20·30이 꽂혀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웃픈 비극이다. 더 암담한 건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는 사실이다. 여당 이재명 후보도 "금기를 깨겠다"며 윤 후보와 '규제 완화'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가 확고한 심상정? 정확한 현실 인식과 명쾌한 논리, 똑부러진 언변은 청년들의 가슴에 꽂힐 법 하다. 그러나 심 후보는 대권을 쥘 가능성이 희박하다.

문재인에 속은 '이대남'들은 또 속고 있는지 모른다. 대선이 코앞인 지금 그들의 선택이 또 다른 배신으로 돌아올까 걱정이다.
 
▲ 류순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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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 /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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