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휴젤 인수에 복병 등장…산업부 "기술 유출 우려"

박일경 / 2021-09-07 16:33:25
GS컨소시엄 내 中·중동 지분 73%…韓 자본은 27% 불과
"국가핵심기술 보호 차원…정부 승인 거부 땐 거래 무산"
GS그룹이 추진 중인 휴젤 인수에 변수가 생겼다. GS그룹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내 1위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기업인 휴젤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데, GS 컨소시엄 대주주가 중국을 중심으로 꾸려지면서 국내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 수출명 레티보(Letybo). [휴젤 제공]

7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GS 컨소시엄의 휴젤 인수 건에 대해 승인 심사 착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외 유출 시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수출 승인·신고 및 해외 인수·합병(M&A) 신고 등을 통해 관리한다.

산업부는 보툴리눔 독소를 생산하는 균주를 포함해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 기술 일체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앞서 GS 컨소시엄은 지난달 25일 휴젤 최대주주 베인캐피털이 보유한 지분 46.9%를 1조7239억 원에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문제는 GS그룹 지주사 ㈜GS와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 공동 출자분이 27.3%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싱가포르 바이오 전문 투자기업 C브리지캐피털(CBC)그룹,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은 72.7%로 과반을 훌쩍 넘겨 사실상 외국계 자본이 휴젤을 인수하는 셈이다. 특히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CBC그룹은 중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범아시아계 바이오 투자 전문기업으로 알려져 국가핵심기술 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 인수를 승인하지 않으면 거래는 무산된다"고 말했다.

▲ 휴젤이 지난해 4월 춘천 거두농공단지 내 신공장 부지에서 진행한 HA필러 신공장 기공식 모습. 신공장이 지난 6월 완공되면서 휴젤은 기존 생산 규모의 2배에 달하는 연간 800만 시린지 규모 HA필러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휴젤 제공]

미용 外 치료제까지 쓰임 많아…"신중한 검토 필요"

이처럼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 기술을 국가가 앞장서 보호하는 배경에는 해당 기술의 시장성 및 성장성을 감안할 때 우리경제 미래 먹거리가 된다는 점이 작용한다. 현재 정부는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을 반도체·수소 전기자동차와 함께 국가 3대 신(新)성장 동력으로 지정해 육성에 나선 상태다.

미국의 보톡스 시장은 27억 달러(3조1763억 원), 유럽은 12억 달러(1조4117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보톡스는 주름 개선과 같은 미용을 위한 성형 목적 외에 뇌졸중 후 상지 근육 경직, 원발성 겨드랑이 다한증, 만성 편두통 등에 대한 치료제로도 쓰이는 등 사용 범위가 넓다.

지난 201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보톡스 제제를 '맥가이버 칼'에 비유하며 향후 800여 가지 치료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휴젤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은 2016년 기존 강자인 메디톡스를 제치고 한국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한 이후 지금까지 50%가 넘는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내수 시장을 벗어나 중국 등 수출 비중까지 빠르게 늘리고 있다. 휴젤은 지난해 10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로부터 수출명 '레티보(Letybo)' 판매 허가를 받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진출했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기존 28개국에서 향후 3년 안에 59개국까지 진출국을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시장 진출 채비도 마친 상태다. 또 하나의 주력 제품인 HA필러 진출국 역시 31개국에서 53개국까지 늘려가기로 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휴젤은 올해 상반기 178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는데 코스닥 상장 제약사 가운데 HK이노엔(342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라며 "휴젤은 연구·개발(R&D) 인력이 전체 직원의 약 2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톡스 사업은 오랜 업력을 통해 쌓은 인지도와 신뢰도가 매우 중요한 사업이어서 휴젤 매각 건을 신중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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