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챗봇·자율주행에 적용된 기존 'AI 정확도' 경쟁 아닌
'친구처럼 우선 재미있고, 특히 인간적'인 AI 구현이 목표" 2014년 개봉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휴대용 컴퓨터 OS(Operating System, 목소리 연기 스칼렛 요한슨)와 대화한다. OS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듣기 편안한 말과 농담을 건네고 테오도르는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갑자기 OS가 다운되면서 '그녀'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다 가까스로 통화가 연결되자 주인공은 '그녀'의 안부부터 묻는다.
인간은 인공지능(AI)에 감정을 이입하게 될까.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을 머지않은 미래 실제 현실화하고자 연구하는 개발자가 있어 만나봤다.
"사람을 이기는 슈퍼 휴먼이 아닌 슬픔과 기쁨, 놀라움 등 인간과 감정을 나누는 '사람 같은 인공지능(Human-like AI)'을 만들고자 합니다."
한우진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AI 센터장은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솔리드스페이스 사무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대화 모델, 음성 인식, 음성 합성, 시각화 등 필요한 단위 기술 확보에 진전이 있다"면서 "현재는 기억·감정 프로세스에 집중해 융합 휴먼 모델 연구를 진행 중이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AI 센터는 작년 8월 문을 연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AI 기술 전담 조직이다. 게임을 넘어 영화·드라마·메타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특화된 점이 특징이다.
초대 센터장을 맡은 한우진 박사는 삼성전자 근무 당시 한국인 최초로 국제 표준화 기구인 MPEG(Moving Picture Experts Group) 비디오 압축 표준안 에디터로 활약했다. MPEG는 동영상을 압축하고 코드로 표현하는 방법에 관한 국제표준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동화상 전문가 그룹이다. 이후 가천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딥 러닝 기반 영상 처리를 연구했다.
한 센터장은 "금융권 챗봇이나 공장 자동화, 자율 주행 등에 적용된 기존 AI 기술은 음성 및 이미지 인식·기계어 번역·자연어 검색에 있어 주로 정확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설계돼 있다"며 "이와 달리 스마일게이트 AI 센터는 재미와 감동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실현함은 물론 친구처럼 소통하는 '재미있는 인공지능(Fun AI)'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IT업계로 돌아온 '한국인 최초' 삼성전자 MPEG 에디터
'Human-like AI'와 'Fun AI'는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AI 센터가 표방하는 양대 개념이다.
알파고로 대표되는 종전 AI 기술 대부분은 특정 분야를 인간보다 더 잘 해결하는, 즉 슈퍼 휴먼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Human-like AI는 최대한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 센터장은 "우리가 만들려는 AI는 인간처럼 실수도 할 수 있다"며 "문자 채팅 또는 음성 대화로는 사람인지 기계인지 구별 못할 정도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Fun AI는 정확한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지 않고 재미를 주는 AI 기술들을 뜻한다. 즐거움, 놀람, 기쁨, 감동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AI 기술들로 구성돼 있다. 한 센터장은 "시각적, 청각적, 감성 기반 상호 작용 등에서 뛰어난 업무 비서가 아니라 '유쾌한 내 친구'의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심리학 박사를 연구원으로 채용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이성적 측면을 강화하는 기성 연구와 대비시켜 인간의 감성적인 측면을 중시하고 또한 기존 AI는 잘하지 못하나 공감, 적응, 기억, 복합사고 등 사람은 쉽게 해내는 일들을 이해하려면 인간 자체에 대해 연구하는 인지과학과 심리학 등 다른 분야의 연구 결과를 접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이면 출범 1주년을 맞는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AI 센터는 지난 1년 동안 △연구 △개발 △전략·기획·디자인 인력을 대략 4대 4대 2로 구성하며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데 신경 써왔다.
한 센터장은 "조만간 여러 개의 서비스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첫째 게임 콘텐츠 자체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 둘째 개발 과정을 효율화해 비용을 낮추는 것, 셋째 유저들의 니즈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선순환 시키는 것 세 가지 미션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센터 출범 1년…'사람 같은 AI'·'재미있는 AI' 표방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AI 센터는 단위 기술 공동 연구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학계에선 한동대, 고려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과 전문 업체로는 아크릴, AI트릭스, 셀렉트스타, 언더스코어, 휴멜로 등과 협력 중이다.
구글과도 AI 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 오렌지플래닛에서 다양한 AI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고 있다. 뷰노, 매스프레소, 딥아이, 머니브레인, 아트랩이 대표적인 회사로 꼽힌다.
메타버스 기술 고도화에 대한 전략 역시 세우고 있다. 한 센터장은 "가상공간과 현실의 벽을 허무는 메타버스와 가장 가까운 형태의 서비스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AI 센터에서는 메타버스 환경 내에서의 디지털 액터, 버추얼 셀럽 등 시청각 차별화 포인트를 발굴하는 한편 지능 엔진을 도입, 다양한 개성을 갖고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하는 AI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센터장은 "AI는 불이나 바퀴와 같이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 중 하나"라며 "결국 모든 산업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불도 무기에 쓰이면 위험하지만, 요리에 쓰이면 유용하듯이 AI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부분에서는 현재 인간이 직접 수행하는 일을 대체할 것이나 이것은 AI에만 국한된 내용은 아니며 전자 결재, 인터넷 뱅킹, 엑셀이 대치하는 사례와 동일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다만 "지금 AI 기술 수준을 볼 때 먼저 대비해야 하는 사회는 인간과 AI가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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