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업계 "쿠팡의 대처와 보상, 발 빠르고 이례적"
사업 다각화 쿠팡, '제2의 남양 사태' 재현 우려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두고 국민 여론이 갈라졌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쿠팡을 탈퇴하겠다는 분노가 표출되는 반면 쿠팡의 발빠른 대처와 보상을 두고 응원하는 여론도 있다.
소방당국은 지난 19일 낮 12시10분, 불이 난 건물 지하2층에서 김동식(52· 사고당시 소방경) 대장의 주검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 20분, 12만7178.58㎡에 달하는 이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처음 불꽃이 이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 전기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가치 소비'로 적극적 불매 운동, 쿠팡도 예외 없다
이번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조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쿠팡 탈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관련 트윗이 10만 건을 넘을 만큼 국민적 공분이 컸다.
전문가들은 '가치 소비'를 하는 MZ(밀레니얼+Z세대)세대의 분노가 쿠팡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종의 가치소비의 확산이다. 젊은 세대 특징은 윤리적 소비 의식이 다른 세대보다 크다"고 말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권·노동 문제와 관해 '가치 소비' 성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62%는 '법을 위반하거나 사회적 피해를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 소비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번 소비자 반발도 화재 책임을 포함, 그동안 꾸준히 문제가 제기된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도 함께 수면 위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
김범석 쿠팡 전 의장은 사임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이 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쿠팡 측은 김 전 의장 사임과 이번 화재는 무관하다는 뜻을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 사고에서 미흡한 부분이 확인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쿠팡이라 이 정도, 다른 업체였으면…
쿠팡 측의 빠른 대처와 보상을 응원하는 메시지도 눈에 띄게 많다. 김 전 의장은 실종자 발견 당일인 19일 오후 김 대장 빈소를 직접 조문했다.
강한승 쿠팡 신임 대표이사 역시 20일 "회사 차원에서 유가족들을 평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쿠팡은 보도자료를 통해 "유가족들이 평생 걱정 없이 생활하실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며 "장례 절차가 끝난 뒤 유족들과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순직 소방관 자녀를 위한 '김동식 소방령 장학기금'도 만들기로 했다.
쿠팡은 해당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쿠팡 직원들에 대해서는 다른 물류센터로 순환 배치되기 전까지 급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쿠팡의 대처를 두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쿠팡이라 이 정도다. 불매 운동을 할 만큼 죄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이번 화재로 실직 위기에 놓인 직원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유족을 지원하는 쿠팡의 이번 대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물류업계 관계자 A 씨는 "산재로 인정된 경우가 아니면, 피해자의 유족을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그마저도 우리는 특수노동자이기 때문에 산재를 적용받는 범위가 굉장히 좁다"고 말했다. 실제 택배기사 가운데 27%만 산재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또 "지사와 대리점이 함께하는 상생연합회에서 많이 다친 당사자에게 100만 원 정도를 주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일련의 사고들을 쭉 지켜본 현장 책임자의 시선에선 쿠팡의 보상과 대처는 '정답'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갈 길 바쁜 쿠팡, 화재 사고로 발목 잡히나
쿠팡은 갈 길이 바쁘다. 미국 증시 상장 이후 5조 원 실탄을 확보한 쿠팡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일본 진출 등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쿠팡은 아마존의 '아마존프라임'을 벤치마킹해 지난해 말 신설한 '쿠팡플레이'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SNL 코리아'의 독점 서비스 계약, 도쿄올림픽 단독 중계 등이다. 해외 진출도 본격화한다. 첫 시작은 일본으로 배달의민족 'B마트'와 유사한 서비스를 펼칠 계획이다.
유통업계는 이번 소비자 운동에 쿠팡이 어떻게 대응하고 수습할지 주목하고 있다. 증시 상장 이후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쿠팡에게 '제2의 남양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남양유업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 GS리테일의 '남혐 논란' 등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 운동의 강도가 커지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소비자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이번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 빠르고 획기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시장 지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대한 기자 kimkore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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