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대체부지 마련 못해…자칫 생산 차질 우려도 삼표산업이 서울시와의 협의로 2022년 6월까지 자리를 비워야 할 레미콘 성수공장의 대체부지를 아직 못 구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약속된 시한 내에 각종 대형 설비를 옮기고 가동하려면 이전할 땅 정도는 이미 결정되어야 할 시점이지만, 레미콘 업종 특성상 지역을 물색하는 작업이 만만찮아 난항을 겪고 있다.
성수공장 이전이 차질을 빚으면서 정도원 ㈜삼표 회장 외아들인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의 승계에는 문제가 없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 사장이 대주주인 계열사 '에스피네이처'가 삼표산업 등과의 거래로 덩치를 키워 승계에 핵심 역할을 하는 회사로 부상한 까닭에서다. 삼표산업이 대체부지를 못 구해 자칫 생산 차질이라도 빚어지면 정 사장의 승계작업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이전 약속 1년 남았는데 막막한 대체부지 물색
삼표산업이 성수공장을 이전키로 약속한 날까지 이제 1년여 남았다. 앞서 서울시와 삼표산업 등은 2022년 6월까지 해당 공장을 옮기기로 지난 2017년 합의했다. 아파트 단지와 학교 및 공원과 인접한 공장이 소음과 미세먼지, 도로파손 등을 계속 일으킨 데 따른 조치였다. 삼표산업이 비운 자리는 서울숲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하지만 삼표산업이 성수공장의 대체부지를 못 구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표산업은 건설수요가 많은 수도권 일대에서 부지를 알아보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레미콘은 생산 후 90분 내에 건설현장까지 옮겨야 해 사업장의 뛰어난 교통여건이 필수인데, 레미콘공장이 통상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게 원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삼표산업이 생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 성수공장의 크기가 연면적 2만7828㎡에 달한다. 하루 최대 레미콘 생산량은 7000㎥로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이다. 자연히 설비 규모도 커서 공장의 이전 및 가동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레미콘 공장 자체는 다른 제조업체에 비해 설비를 세우고 가동하는 과정이 덜 까다로운 편"이라면서도 "다만 삼표산업 성수공장의 경우 규모가 워낙 커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삼표산업이 공장을 옮겨서도 지금의 생산량 정도를 맞추려면, 진즉에 대체부지는 구해놨어야 됐다"고도 했다.
서울시는 삼표산업의 현실과 무관하게 공원화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6월 30일이면 지금 부지에서의 공장 등록 자체가 말소되기 때문에,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설령 삼표산업이 해당 기한까지 대체부지를 못 찾더라도 숲 조성 등 시의 도시계획은 추진된다"고 말했다.
대체부지 못찾으면 승계핵심 '에스피네이처'의 성장동력에 영향
성수공장 이전 문제는 삼표 오너 일가에 중요한 문제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정 사장의 후계작업에서 삼표산업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그는 승계 핵심사를 자신이 이끄는 에스피네이처로 삼고 있는데, 이곳은 삼표산업 등과의 거래로 성장 중이다. 여기서 배당으로 나오는 현금으로 정 사장은 지주사의 지분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선 삼표그룹의 지배구조는 '정도원 회장→㈜삼표→삼표산업·삼표시멘트 등 계열사' 형태를 띤다. 지주사인 ㈜삼표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해야 승계작업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정 회장의 ㈜삼표 지분율이 65.99%에 달한다. 정 사장의 지분율은 11.34%에 불과하다.
언뜻 정 사장의 갈 길이 멀게 비치지만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그가 대주주인 삼표 계열사 에스피네이처도 ㈜삼표 지분을 19.43% 보유했다.
에스피네이처는 골재업체로 지난 2017년 전신 '신대원'이 '삼표기초소재' 등을 합병해 만든 곳이다. 정 사장과 특수관계자가 각각 71.95%, 28.05%의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정 사장 회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비춰보면 정 사장의 ㈜삼표 지분은 총 30.77%(개인 11.34%, 에스피네이처 19.43%)로 볼 수 있다. 물론 부친인 정 회장과의 지분율 차이는 여전히 2배 이상이다. 그러나 정 사장의 전년도 ㈜삼표 지분율은 14.08%에 그쳤다. 상승 폭만 놓고 보면 정 사장은 에스피네이처를 통해 한 해 만에 지주사 지배력을 2배 이상 끌어올린 셈이다.
성수공장의 거취가 정 사장에 중요한 이유는 에스피네이처가 성장한 바탕에 삼표산업이 있어서다. 에스피네이처의 2018~2020년 3년 매출 총액은 약 1조2761억 원이다. 이 중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6376억 원이다. 매출액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삼표산업으로 규모는 약 1830억 원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는 1830억 원이지만 실제 삼표산업의 에스피네이처에 대한 영향력은 더 크다. 에스피네이처와 거래하는 계열사 상당수가 삼표산업과 별도의 거래로 매출액 일부를 충당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에스피네이처에 매출 약 100억 원을 기여해 준 삼표시멘트는 그해 삼표산업과의 거래로 약 500억 원의 매출을 끌어냈다.
이처럼 삼표산업 등의 도움으로 성장한 에스피네이처는 화끈 배당을 통해 정 사장의 승계자금을 마련해주고 있다. 에스피네이처는 2018년 당기순이익 약 137억 원의 31.99%인 44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한데 이어 이듬해에는 127억 원 중 965억 원(75%)으로 그 규모를 키웠다. 특히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 924억 원보다 높은 1254억 원(135%)를 배당금으로 썼다. 이 기간 정 사장이 받은 배당액은 11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삼표산업도 에스피네이처 지분이 들어온 2019년부터 배당을 통한 화력지원에 나섰다. 당시 주당 배당금을 기존 950원에서 2850원으로 높였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규모는 2019년 약 2.37배, 2020년 1.94배를 보였다. 이 기간 정 사장과 에스피네이처의 삼표산업 지분율은 각각 0.01% 1.74%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양측이 받아간 배당금은 총 11억 원으로 작지 않다.
삼표산업의 주력 생산기지인 성수공장의 대체부지 문제가 정 사장 '자금줄' 에스피네이처의 성장동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장 삼표그룹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삼표 관계자는 "성수공장의 이전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주현웅 기자 chesco1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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