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강자' 등장…호황 업종 직원들은 CEO급보다 많이 받기도 최근 대기업 '억대 연봉' 주인공에 일반 직원들이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오너가들이 미등기임원으로 '숨겨진 보수'를 타가던 관행과는 또다른 양상이다.
증권·바이오 등 특정 업계의 호황으로 CEO를 누른 직원들이 탄생한 것이다. 작년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주인공은 유지훈 부장으로, 16억5000만 원을 받아 김원규 대표이사가 받은 9억 5000만 원을 앞질렀다.
한국CXO연구소는 1일 '2020년 임직원 연간 평균 급여 1억 원 넘는 기업 현황'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때 CEO급 등기임원을 제외해 미등기임원(임원)과 부장급 이하 직원(일반 직원)으로 구분했다.
조사대상중 1인당 연간 급여가 평균 1억 원 넘는 '연봉 1억 클럽'에 가입한 곳은 68곳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52곳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인건비 규모로는 23조7669억 원으로, 전년 20조6711억 원보다 3조 원(15%↑) 넘게 증가한 금액이다.
하지만 일부 오너들은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아 법적 책임은 따로 지지 않으면서도 고액 보수를 받아가는 행태를 보였다.
작년에 임직원 연봉이 2억 원 넘는 곳은 5곳으로 이중 1위 CJ(4억9407만 원), 2위 오리온홀딩스(3억2380만 원)로 조사됐다. 2019년에는 1위 오리온홀딩스(4억4783만 원), 2위 CJ(3억 7198만 원) 순이었다.
CJ 임직원 전체 인건비 261억 원중 이재현 회장 1명에게 지급한 급여는 67억 원으로 그 비율만 해도 25%를 넘어섰다. 하지만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을 따로 산출해보면 1억6203만 원으로 계산됐다. 국내 최고 수준의 급여 수준은 이 회장이 받는 고액 연봉이 불러일으킨 일종의 착시 효과였던 것이다.
이 회장은 현재 미등기 임원이다. 여기에 아내인 김희재 부사장과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도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어 실제 오너일가 보수는 더 높다.
오리온그룹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회사는 작년에 임직원 10명에게 32억 원의 인건비를 지급해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3억2000만 원으로 국내 기업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오너가인 담철곤 회장과 아내 이화경 부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들의 작년 급여 합계는 25억 원으로 영업이익의 19%를 차지했다. 또 같은해 전체 임직원에게 지급한 인건비의 80% 정도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의 급여를 제외하고 임직원 연봉을 따로 산출해보면 이 회사는 연봉 1억 클럽에도 들지 못할 정도다.
물론 오너가와 무관한 미등기임원들의 '반란'도 있었다.
2020년 미등기임원 연봉은 △1위 CJ(10억4195만 원) △2위 메리츠증권(9억461만 원) △3위 에이티넘인베스트(7억9833만 원) △4위 엔씨소프트(7억 9357만 원 ) △5위 삼성전자(7억4343만 원) △6위 오리온홀딩스(6억8800만 원) △7위 한양증권(6억5781만 원) △9위 셀트리온헬스케어(6억2440만 원) △9위 LG(6억1447만 원) △10위 이베스트투자증권(6억960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전년에 비해 임원 평균 급여액 자체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이베스트투자증권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는 2019년에 임원 1인당 평균 급여가 2억5890만 원이었는데 작년에는 6억950만 원으로 1년 새 3억5060만 원이나 연봉이 껑충 뛰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주인공은 CEO나 임원도 아닌 부장급 일반 직원이었다. 유지훈 부장은 16억5000만 원을 받아 작년 '연봉킹 왕좌' 자리를 꿰찼다. CEO인 김원규 대표이사의 지난해 보수는 9억 5000만 원이었다.
또 미등기임원 중 최소 4명은 CEO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다. 이주한 전무(16억4600만 원), 남궁환 상무보대우(15억3500만 원), 정유호 전무(14억 6000만 원), 김영진 상무보대우(14억 3900만 원) 등이다.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급여가 가장 높은 곳은 △1위 셀트리온헬스케어(1억9823만 원) △2위 한양증권(1억6557만 원) 등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이경범 차장(공시 기준 직위)이 작년 한 해 받은 급여액만 59억6300만 원으로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이 같은 회사에서 받은 37억5600만 원 보다 20억 원 이상 많았다. 김형기 대표이사 부회장(10억3700만 원)보다 6배 가까이 급여 수준이 높은 것이다. 이진욱 차장의 보수도 36억 6700만 원으로 CEO 연봉보다 높았다.
오일선 소장은 "코로나 이후 제조업체는 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감으로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을 더욱 가속화해 고용은 크게 늘지 않고 임금만 올라가는 고(高)임금 저(低)고용 구조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은 2020년 사업보고서(12월 결산법인 기준)를 제출한 상장사 1700여 곳이다. SK에너지 등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일부 비상장 기업도 조사 범위에 포함시켰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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