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바이든 시대' 맞아 K-충전기도 뜬다

김혜란 / 2021-01-28 16:43:18
美 신정부 '전기차 확대정책'…2030년까지 충전소 50만개 보급 목표
미국 급속충전기 보급률 15% 불과, 韓 초급속충전 기술 경쟁력 있어
법인 설립·CES 참가로 美 무대 '노크'…안전위해 부품 국산화는 필수
친환경 기조를 내건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대대적인 전기차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면서 한국산 전기차 외에도 'K-충전기'도 유망 분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충전소 관련 시장은 올해 2조 원에서 2028년 31조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으로도 매년 38.9% 폭풍 성장하는 신시장인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50만 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국 전기차 충전기 수출 1위 국가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KSGA)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대미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76.4%에 달했다. 물론 지난해 상반기 87억 원 수준으로 아직 외형이 작지만, 전년 동기(67억 원)보다 29.1% 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급속충전 보급률 15%…"우리기업 초급속 기술로 승부"

▲ 미국 내 전기차 충전기 종류 [코트라 제공]

미국 충전소 시장은 중소기업 위주다. 차지포인트(Chargepoint)·이브이고(EVgo) 등 6개 기업이 대표적이다. 코트라(KOTRA)는 최근 '미국 전기차 충전소 동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우리 기업도 충분히 현지 시장을 공략해 볼 만하다고 권고했다.

미국 에너지청(EIA)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는 약 2만1649개의 공공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되어 있으며 충전기 대수로는 약 6만5577개다. 바이든 정부의 '50만 개 충전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 기업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트라는 보고서에서 "현재 수가 적고 이용 요금이 비싼 급속 충전 시설을 중심으로 미국 정부가 보급을 확대하려할 것"이라며 "전기차 급속 충전의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주 정부, 지자체, 완성차 제조 기업을 통해 진출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내 전기차 충전기 종류로는 레벨1(가정용·완속), 레벨2(주거/상업용·완속), 레벨3(급속) 등이 있다. 충전기 종류별로는 레벨2 충전기가 미국 전역 공공충전소의 80%의 보급률을 보이며 가장 많이 보급돼 있다. 레벨1과 급속충전기의 보급률은 각각 5%, 15%로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되어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속충전기야 진입장벽이 낮지만, 급속·초급속충전기는 그렇지 않다"며 "한국업체는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 수주 증가나 활발한 현지 진출이 기대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기술력에 비해 한국기업들은 영세하다. 현재 외부 감사인(회계법인)을 지정해야 하는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기업은 시그넷이브이, 대영채비, 중앙제어 등 총 3곳 정도다.

세계시장에 문 두드리는 한국 업체…이미 미국에 법인도 
▲ 시그넷이브이의 전기차 충전기 종류 [시그넷이브이 제공]

1998년 산업용 충전기로 시작한 시그넷이브이는 지난해 미국법인을 세우며 현지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 전기차 충전기 제조 업체 중 해외 진출에 나선 건 이곳이 유일하다.

앞서 2017년 아시아 회사로는 최초로 북미 최대 규모(2조 원)의 충전기 보급사업에 참여하며 기술력을 입증받기도 했다. 시그넷이브이는 10년에 걸친 이 프로젝트에 150kW 및 350kW급 초급속충전기를 공급한다. 회사 관계자는 "초급속 충전 기술력과 함께 양산력까지 갖춘 곳은 국내를 비롯, 세계에도 몇 안 된다"고 자부했다.

대영채비와 중앙제어는 내수위주로 성장하고 있어 아직 이렇다할 해외 수주 실적은 없다. 대영채비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 문을 두드렸다. 이달 열린 행사에선 현재 개발된 전기차 충전기 중 최고 수준인 400kW 초급속 충전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중앙제어 역시 미국과 유럽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한국 전기차협회는 국내 전기차 충전 업체들과 함께 '2025 충전인프라 그린뉴딜 추진' 간담회를 열고, 한국 정부의 그린뉴딜에 동참하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2025년까지 전기차충전기 수출 1억 불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전기차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이 필수인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 기술은 중국과 1위를 앞다투는 등 세계적인 수준에 위치한다. 그에 비해 내수 시장은 5만 대로, 글로벌 10위 안팎이다. EV볼륨즈에 따르면 작년 1위 중국이 전기차 134만 대 판매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 324만 대 중 41%를 차지했고, 독일(39만 대)·미국(32만 대)이 그 뒤를 이었다.

▲ 현대자동차그룹과 싱가포르 최대 전기 배급업체 SP그룹이 사업협약을 맺고 있다. [현대차 제공]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2024년 7300만 대로 확대되는 동안, 충전 인프라 역시 동반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동남아시아에 전기차 생산 거점을 마련중인 현대자동차가 싱가포르의 전력업체와도 손을 잡은 건 충전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전기차와 실과 바늘의 관계인 충전소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정부는 전기차 수출에만 공을 들일 게 아니라 충전기 업체 양성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만이 능사 아냐…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필요

정부는 공공조달시장을 통해 충전기 업체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조달청이 가격을 기준으로 '혁신제품' 등을 선정하기 때문에 기술력을 키우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전기차 충전 관련 시장은 30여 개의 중소기업 위주로, 대부분의 업체는 중국에서 기기를 수입해 설치·관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기기에 대한 연구개발(R&D)능력을 갖춘 곳은 5~6개뿐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충전기기라도 파워모듈, 냉각기 등 핵심 부품은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는 화재 이슈에 민감하기 때문에 안전이 핵심"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피하려면 전기차 충전기의 부품 국산화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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