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기적을 만든 韓 조선업…'슈퍼 사이클'은 아직

김혜란 / 2021-01-05 16:22:06
지난해 수주량 819만CGT…전년보다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 크게 상회
올해 전망 '유지' 위한 1000만CGT 못미쳐…업계 아직까지 회복 단계
카타르 프로젝트·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호재지만 선가도 올라야 '호황'
한국 조선업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07년과 2008년 같은 '슈퍼사이클(초호황)'은 아니더라도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것은 확실하다는 기대감이 크다. 

▲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5일 클락슨리서치와 업계에 따르면 작년 한국 조선업의 수주량은 약81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다.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943만CGT)보다 13%가량 줄었다. 그러나 업계 전망치인 400~500만CGT를 두배 가까이 상회하며 선방했다.

여기에는 한국 업체들의 막판 뒷심이 작용했다. 특히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모두 4분기에 대량으로 수주가 이뤄졌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4분기에만 총 51척, 54억9000만 달러 규모를 수주했다. 이는 2019년 수주량의 55%에 달한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수주가 잇따르며 달성률을 65%까지 끌어올렸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4분기 25척, 38억2000만 달러어치를 계약했다. 목표 수주금액의 71%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성장 확실하나 초호황까지는 시기상조

올해는 코로나19로 지연된 잠재 수요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이러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코로나로 이전과 같은 성장률은 보이기 힘들지만, 작년보다는 나아질 전망"이라며 "우리 조선업계가 먹고 살 만큼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연 수주량을 980~990만CGT로 전망했다.

조선 시황에 사이클을 가져오는 요인은 △무역 주기 △조선 생산능력 △노후 선박의 대체 △규제 △투기심리 △선가 등으로 다양하게 얽혀있어 정확한 시장 전망이 어렵다. 다만 연 수주량 1000~1500만CGT 정도를 충족시키면 조선업이 불황을 벗어나 '유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된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 조선사들이 지난해 기적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나 호황을 논하기는 어렵다"며 "불황을 벗어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한국의 대표 경쟁력' LNG운반선…올해 일감은 확보

올해 카타르의 대형 LNG운반선 프로젝트 등 조선업계의 큰 이벤트들이 있어 지난해 상반기와 같은 수주 절벽은 피할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은 한국의 독무대나 마찬가지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전 세계에서 발주한 대형 LNG 운반선 중 한국이 80% 이상을 가져갔다. 지난달 LNG 운반선 수주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연간 점유율은 90%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카타르 국영 석유사 QP는 올해 대규모 LNG 운반선을 발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 조선 빅3는 카타르와 본계약 전 '슬롯(도크 확보)' 계약을 맺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LNG운반선은 전체 선종의 극히 일부라, 전체 실적을 견인할 정도는 아니지만 관련 선박 수주 물량이 대거 한국 조선 3사로 넘어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홍 위원은 "현재 글로벌 조선업은 아직 침체기로, 선가가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조선사들의 수익성 향상을 위해 조급한 물량 채우기에 나서지 않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친환경규제에 따른 수주 증가 효과, 올해부터 본격화

이날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운반선을 수주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양사가 올해 처음 수주한 선박들은 현재 강화되고 있는 친환경 규제에도 적합하다.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온실가스 배출거래제도(ETS), 국제해사기구(IMO)의 연료 효율 규제 등을 연이어 발표한 유럽연합(EU)의 행보는 한국 조선업체들에 호재다. 오염 배출이 많은 노후 선박을 폐기해야하기 때문에 친환경 선박 주문이 증가하게 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적용된 IMO의 황산화물 규제는 올해서야 수주 증가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며 "작년에는 저유가 기조와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 업체들이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는 2022년 EU 선박 ETS 등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심리가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운 물동량, 올해 초까지는 증가세

아울러 조선 시황은 전방산업인 해운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계 경제 성장에 따라 교역이 증가하여 운임이 증가하면, 해운산업이 호황이 되어 선박 해체량이 감소하고 신조 발주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컨테이너선의 경우 코로나19로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상반기 선복(화물량)을 줄였지만 하반기 물동량이 폭증했다. 배가 부족해지자 해상운임 역시 크게 뛰었다. 컨테이너선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5일 기준 2641.87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HMM(구 현대상선)의 경우 지난해 2분기 21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3분기 매출 1조7184억 원, 영업이익 2771억 원으로 10년 만에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컨테이너선의 경우 올해 초까지는 물동량이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각국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언제라도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며 "물동량 급감 등에 충분히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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