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가 '경영승계' 기회? 경영 보폭 넓히는 유통 오너家

남경식 / 2020-12-11 16:04:42
이재현 CJ 회장 장녀 이경후 상무, 부사장 승진
정용진·정유경, 이마트·신세계 최대주주 등극
신동빈 회장 장남, 일본 롯데 계열사 입사
BGF·하이트진로·코오롱, 오너 2세 승진
애경, 지분 일부 증여…LF, 오너家 지분 매입
코로나19의 여파로 유통업계 인사에 칼바람이 분 와중에 오너 일가의 경영 보폭은 확대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해 지분을 증여하기에 유리한 환경인 데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며 내년 실적이 반등할 경우 신규 임원의 공적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이경후 CJ ENM 부사장 대우 [CJ 제공]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는 지난 10일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 대우로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2017년 상무로 승진한 지 3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 부사장이 이끌던 부서도 확대 개편되면서 그는 브랜드전략실장이 됐다. 향후 그룹의 미디어 사업을 도맡아 고모인 이미경 부회장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사장은 지난 4월 동생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과 함께 아버지 이 회장에게서 지주회사인 CJ 신형우선주 92만 주씩을 증여받았다. 신형우선주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대신 보통주보다 많은 배당금을 권리가 있어 대기업 승계 작업에 많이 활용된다. 10년 후에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당초 지난해 12월 증여를 실시했으나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자 증여를 취소한 뒤 지난 4월 재증여했다. 증여일 전후 각 2개월의 주가로 산정되는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됐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신세계 제공]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은 지난 9월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각사의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지분 증여는 총 4900억 원 규모에 달했다. 신세계는 올해 초 30만 원을 웃돌던 주가가 지난 9월 20만 원 초반대까지 떨어지며 증여세를 줄일 수 있었다.

정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부사장은 이달 초 시행된 임원인사를 통해 벤처캐피탈(CVC) 사업을 추진하는 신설 법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로 선임됐다. 문 부사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기획본부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또다시 신사업 발굴에 앞장서게 됐다.

▲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시게미쓰 사토시 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콘서트홀에서 1월 22일 엄수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시게미쓰 사토시(한국명 신유열·34) 씨는 올해 상반기 일본 롯데의 한 계열사에 입사했다. 신 회장은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해 롯데 계열사에 처음 발을 들인 뒤 2년 뒤인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상무로 입사하며 한국 롯데 경영에 참여했다.

사토시 씨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원 경영대학원 MBA 취득, 노무라증권 입사 등 신 회장과 판박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일본 롯데 계열사 입사는 '경영수업 시작'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홍정국 BGF 대표 [BGF 제공]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장남 홍정국 부사장은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홍 사장은 2013년 편의점 CU의 운영사 BGF리테일에 입사해 2014년 상무, 2015년 전무, 2017년 부사장을 거쳐 7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부사장과 차남 박재홍 전무는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각각 사장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 이규호 전무는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코오롱글로벌의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하는 자동차 부문을 이끌게 됐다. 수입차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이 부사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반응이 나왔다.

▲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부사장 [코오롱 제공]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AK홀딩스 주식 25만 주를 장남 채정균 씨에게 지난 9월 증여했다.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은 두 딸 채문경, 채수경 씨에게 AK홀딩스 주식 각 12만 주를 증여했다. AK홀딩스 주가는 올해 초 약 3만5000원에서 지난 9월 1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LF 역시 경영승계를 위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구본걸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태인수산은 지난 4월 LF 지분을 처음 취득해 0.53%까지 지분율을 늘렸다. 구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LF네트웍스 역시 지난 10월 LF 지분을 처음 취득한 뒤 최근 3.86%까지 지분율을 확대했다.

LF네트웍스와 태인수산이 향후 기업가치를 키워 LF와 지분 교환을 실시할 경우 구 회장 일가는 LF 지분을 비교적 손쉽게 늘릴 수 있다.

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이 모기업인 한화솔루션과 최근 합병을 결정한 것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는 시선이 있다. 김 사장은 지난 9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한화솔루션 대표를 맡았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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