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통합 추진이냐, 무산이냐…금주 결판난다

양동훈 / 2020-11-23 15:00:09
법원, 3자 연합 제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이르면 금주내 결론
KCGI "산은, 조원태 경영권 방어 동참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
산은·대한항공 "코로나19로 항공업 위기…상법 '긴급필요' 예외 인정"
인수 무산·성공 1차 관문 …기각시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판단받아야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항공업계 빅딜'은 성공할 것인가.

넘어야 할 산이 높다. 당장 이번주 한진칼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고비다. 25일 법원 심문이 시작돼 금주내 결판이 날 수 있다.

3자 연합 측이 이길 경우, 즉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산은이 설계한 빅딜은 무산된다.

▲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아시아나항공 제공]

3자 연합의 일원인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청구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이 오는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음달 2일이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이기 때문에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함께 '3자 연합'을 구성해 조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해온 KCGI는 지난 18일 한진칼의 5000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3자 연합 "분쟁 중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주주 권리 침해"

3자 연합은 산은이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할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을 뒷받침하는 '백기사'가 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산은은 약 10.7%의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산은이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이라고 가정할 경우 조 회장 측의 지분율은 47.33%(신주인수권부사채 제외)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3자 연합은 신주인수권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지분율이 42.9%로 조 회장 측 지분에 비해 4.43%포인트 부족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3자 연합측 지분율이 46.71%, 조 회장 측 지분율이 41.4%인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완전히 뒤집히는 것이다.

KCGI 측은 "경영권 분쟁 중인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신주발행이 무효라는 것은 우리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라고 주장했다.

▲ KCGI 로고 [KCGI 홈페이지]

산은·대한항공 "긴급한 자금조달 필요…경영권 방어 목적 없어"


산은과 대한항공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필수적이며,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법 제418조2항에 따르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정관에 따라 할 수 있다.

또한 한진칼 정관 제8조에 따르면 '긴급한 자금조달을 위하여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 한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하다.

산은은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가 아닌 항공업계 재편을 위한 것이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항공업계의 위기 상황에서 긴급한 자금조달 필요가 있어 실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2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긴급한 자금 수요가 충족되지 않는다"며 "아시아나항공은 연말까지 자본확충 없이는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은은 일부에만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결권 행사는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 결정을 위해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기구를 통해서 할 것"이라며 경영권 방어 목적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 한진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UPI뉴스 자료사진]

기각시 공은 다시 공정위로…인용될 경우 합병 여부 '안갯속'

이번 가처분 신청의 인용·기각 여부는 법원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경영권 방어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기존 판례는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라는 입장을 지켜왔다. 2009년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어느 기업의 신주발행 무효소송에서, 또 2019년 유에스알이 피씨디렉트를 상대로 낸 신주발행 무효소송에서 대법원은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발행한 신주에 대해 경영권 확보 목적이 의심된다며 발행 무효 처분을 한 바 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위기 상황이라는 산은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가처분 신청은 기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돕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한 것 역시도 법원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 해도 산은·대한항공이 넘어야 할 산은 하나 더 남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에서 양대 항공사의 통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문제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에 대해 "원칙과 법에 따라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이 있는지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M&A(인수합병)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KCGI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산은이 발표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안은 백지화된다. 산은이 8000억 원의 자금을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인수를 통해 한진칼에 지원하는 것이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 마련의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다.

최 부행장은 "가처분 신청 인용 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차선책을 신속히 마련해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처분 신청 인용이 곧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인 것은 아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없이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3자 연합은 최근 '실탄 확보'에 나섰다. KCGI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1300억 원을 대출받았으며, 조현아 전 부사장도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CGI 관계자는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인수권에 대비하는 것에 더해, 유상증자 등으로 회사에 돈을 넣을 일이 생길 수도 있어 현금을 미리 마련해 둔 것"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양동훈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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