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미비 틈타 돈세탁·사기‧불법 해외송금 등 범죄 기승
19세기 중반 캘리포니아 주에서 금이 발견되자 미국 전역에 '골드 러시' 열풍이 불었다. 그 때까지 미국인들은 주로 동부 해안가에 몰려 살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생업을 접고 금을 찾아 서쪽으로, 서쪽으로 떠났다.
일부는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긴 했으나 대부분은 실패했다. 골드 러시 열풍 속에서 진짜 큰 돈을 번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금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마차, 말, 곡괭이, 텐트, 식량 등 각종 물품을 판 상인들이 떼돈을 벌었다.
또 금을 캐려는 사람들을 노린 도적과 사기꾼이 횡행했고 사람들이 정착한 마을에서 자릿세 등을 뜯는 조직폭력배들도 생겨났다. 이들도 각종 범죄행위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최근 몇 년 간 암호화폐 열풍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보인다. 힘든 삶에 지친 사람들 다수가 암호화폐가 일확천금의 꿈을 이뤄줄 것처럼 보고 달려들었다. 집을 담보로 잡히고 수억 원을 투자한 사람들도 여럿 있다.
일부 성공한 경우도 있으나 그보다 막대한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 사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이용한 상인(거래소)과 범죄자들이 쉽고 편하게 큰 돈을 벌었다.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이익은 불과 2년 새 100배로 불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두나무의 2021년 영업이익은 2조1530억 원으로 2019년(217억 원) 대비 9821.65% 폭증했다.
2위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73억 원에서 6484억 원으로 1638.43%나 늘었다.
두나무의 영업이익은 작년 8101억 원, 올해 상반기는 2985억 원을 기록했다. 상당폭 줄긴 했으나 여전히 매년 수천억 원씩 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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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 [뉴시스] |
암호화폐 거래의 불투명성과 규제 미비를 틈타 각종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창업한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전날 '돈세탁'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자오창펑 CEO는 43억 달러(약 5조5000억 원)의 벌금을 내고 CEO 자리도 내놓기로 했다.
자오창펑 등은 바이낸스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돈을 세탁한 뒤 이란, 시리아 등에 불법송금했다.
미 재무부가 적발한 바이낸스 불법 송금 중 이란으로 6억 달러(약 7800억 원)가 흘러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 외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지역으로 8700만 달러(약 1131억 원), 시리아로 1800만 달러(약 234억 원) 등이 불법 송금됐다.
또 러시아인 범죄자 예카테리나 즈다노바는 암호화페 거래소를 이용해 23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불법 송금했다가 미 재무부에 적발됐다.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거래소의 횡령과 배임, 사기, 불법 해외송금 등 각종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경찰이 집계한 지난해 가상자산 불법행위 피해액은 1조192억 원에 달했다.
적발된 게 이 정도니 숨겨진 범죄 규모는 훨씬 더 거대할 것이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자들은 막대한 수익을 거둬 희희낙락하고 있다.
일확천금을 거둬 인생을 한 번에 바꾸고 싶다. 누구나 꾸는 꿈이다. 그러나 불나방처럼 달려들기 전에 한 가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당신을 이용해 당신보다 훨씬 쉽고 편하게 진짜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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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재성 경제산업 에디터. |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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