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지방에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환자가 없다

안재성 기자 / 2024-02-07 17:27:13
"서울 보내 달라"…'빅5' 병원으로 몰리는 환자들
지역거점도시 만들어 지역 의료 신뢰도 높여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일 괴한의 습격을 받아 목에 부상을 입었다. 현장에서 응급치료 후 부산대병원으로 후송됐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전원을 요청해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국가 지정 외상센터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후보 시절 "지역의료 활성화"를 외쳤다. 그런데도 자신이 다치자 선택지는 서울대병원이었다.

 

▲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뉴시스]

 

부산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 씨는 "이것이 지역의료의 현실"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를 목표로 전국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과 함께 다양한 패키지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료 인력 확충 외에 △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 필수의료 수가 인상 △ 의료사고 시 형사처벌 면제 등이 골자다.

 

그러나 이 정책으로 지역·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가에 대해 의사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B 씨는 "지방에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환자가 없다"고 꼬집었다. 대구에 여러 대학병원과 우수한 의료진이 있지만 중증 환자 대부분은 서울 전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은 전국의 환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당 안민석 의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서울대병원을 찾은 전체 환자 95만여 명 중 서울 바깥에서 온 원정 환자가 48.9%(46만5000명)를 차지했다.

 

수술이 좀 어렵거나 중증인 환자들은 모두 서울 빅5 병원으로 가려 한다. 이런 세태에서는 아무리 지역의료를 개선하려 해도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지역의료를 '의료'로만 봐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보다 넓게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고 지방을 살리는 큰 그림에 의료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일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가 주목된다. 이 보고서는 수도권 과밀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해법으로 지방거점도시 육성을 제안했다.

 

수도권 외에도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5대 광역시가 있지만, 이들과 서울의 차이는 현격하다. 인구와 경제력보다 사람들의 인식차가 더 크다.

 

지역민조차 뭐든지 서울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소중한 건강이 걸려 있을 때 더더욱 서울만을 바라보게 하는 행태로 드러난다.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쏠린 상황에서 여기저기 공공기관 흩뿌리기나 선심성 예산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지방거점도시를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서울 못지않은, 양질의 일자리를 잔뜩 만들어 사람들이 모여들면, 자연히 인프라도 향상된다.

 

훌륭한 인프라가 구축돼 지역민이 "내가 사는 곳도 서울 못지않다"고 자부심을 느끼면 자연히 지역의료 신뢰도도 올라갈 것이다.

 

▲ 안재성 경제산업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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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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