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말로만 '물가 안정'…행동은 거꾸로 가는 尹정부

안재성 기자 / 2024-01-08 17:22:39
기업엔 "물가 안정 협조해달라"…식품·유류 등 가격인하 압박
정부는 '한은 마통' 118조 사용·특례론 50조 공급…물가 자극

'윤석열 정부'의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년 내내 '물가 안정'을 강조하면서 기업에 협력을 요청했다. 식품기업, 외식 프랜차이즈 등에 가격 인상 자제를 부탁하고 경우에 따라선 가격 인하까지 압박했다. 주유업계에도 유류세 인하 후 즉시 가격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되레 물가를 자극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8일 물러난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60조 원 가까운 세수 결손(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한 현상)이 발생했음에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거부해 '추경 불호'란 별칭을 얻었다. 추경 불가 근거는 '물가 안정'과 '건전재정'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추경 대신 한국은행에 손을 뻗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 따르면, 한은의 작년 대(對)정부 일시대출금은 총 117조6000억 원에 달했다. '코로나 사태'로 정부 지출이 급증했던 2020년(102조9130억 원)을 웃돈다. 지난해 말 기준 갚지 않은 일시대출금 잔액은 4조 원이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대출)을 이용하는 것과 비슷해 '한은 마통'으로 불린다.

 

작년 세수 결손이 심각했으니 결국 추경 아니면 한은 마통을 쓸 수밖에 없다는 건 이해한다. 문제는 한은 마통은 정부 빚 확대를 막는 데는 효과가 있으나 물가 관리에는 추경보다 더 부정적이란 점이다.

 

추경은 국채를 통해 필요한 예산을 조달하기에 시중유동성을 흡수한다. 하지만 한은 마통에서 돈을 꺼내 쓰면 새로운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는 셈이어서 물가를 자극한다.

 

야당 의원들은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추경은 외면하면서 통화 안정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시대출금을 선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내내 물가 안정을 최우선 기조로 내세웠던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일시대출금을 연속적으로 사용할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세수가 한 달 뒤 들어오기에 정부가 지금 일시대출을 쓰겠다고 하면 거절하기 어렵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이뿐만 아니다. 정부는 총 50조 원의 특례보금자리론을 공급해 시중유동성을 대폭 확대하고 집값 등 물가를 자극했다.

 

우리나라 물가지표에는 자가주거비(내 집에 거주할 경우 지출되는 비용)가 빠져 있어 집값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사실 심각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여겨진다.

 

작년 연간 물가상승률이 3.6%인 점에 대해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가주거비를 포함할 경우 물가상승률이 5% 이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종료됐지만, 정부는 올해도 신생아특례대출, 청년주택대출 등 유동성 공급책들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말과 행동이 다르면, 기업 등 경제 주체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정책 효과도 반감된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 경기침체는 막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건 불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생 책'으로 꼽은 '선택할 자유'의 저자 밀턴 프리드먼은 "성장률 추락, 고실업을 겪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종식된 사례는 역사에서 찾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 안재성 경제산업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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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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