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는 못잡아…가계대출 관리 집중해야
한 때 온 유럽을 지배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서기 1769~1821년) 프랑스 제국 황제가 몰락하기 시작한 계기는 1812년의 러시아 원정 실패였다. 프랑스를 떠날 때 65만 명이었던 대군이 귀국할 때는 2만 명밖에 남지 않을 만큼 참패였다.
추운 겨울, 식량 부족 등이 패인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주 원인은 나폴레옹의 모순된 태도였다.
나폴레옹은 사실 러시아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의 대영 무역 의존도가 높았던 러시아가 영국과 무역하지 말라는 대륙봉쇄령을 어기자 전쟁을 일으킨 것이었다. 싸워서 무릎 꿇리고 다시 대륙봉쇄령에 참여시키려는 목적이었다.
평화를 원하면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해야지, 굳이 전쟁을 택하니 꼬일 수밖에 없다. 나폴레옹은 전쟁 내내 겉으로는 '진격'을 외치며 속으로는 '강화 협상'을 원하는 상반된 태도를 취하다 패망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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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시스] |
요새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이런 모순이 엿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 등 금융사들에게 "가계대출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가계대출이 언제든 확대될 수 있으니 자체적으로 관리해 달라"고도 주문했다.
모순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한다. 대출금리를 인하하면서 가계대출이 확대되지 못하 게 관리하라는 황당한 요구에 금융사들은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다. "대체 뭘 어쩌라는 거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물론 정부와 금융당국의 고심도 이해한다. 과다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큰 리스크로 거론되니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동시에 고금리에 시달리는 기존 차주들의 부담도 덜어주고 싶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원인 중 하나로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고통이 꼽힌다.
하지만 정부의 당부와 주문은 현실을 모르는 처사다. 올해 들어 내내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변동형보다 낮아서 고정형으로 빌린 차주들이 많았다. 고정형은 5년 간 대출금리가 변하지 않는다.
변동형 주담대나 신용대출 차주들도 대개 금리변동 주기를 1년으로 설정해둔다. 즉, 은행 등 금융사들이 당장 대출금리를 인하해도 기존 차주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단지 신규 대출 수요를 자극할 뿐이다.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순 없다. 지금은 무엇보다 가계부채와 집값을 안정화시켜야할 때다. 당국은 목표를 분명히 정해 현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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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재성 경제 에디터. |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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