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WTO 체제, 美 패권 공고화에 기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차별적으로 '관세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중국에 20% 추가 관세,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를 매기더니 알루미늄·철강·반도체·의약품 등은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25% 보편 관세를 부과했다.
다음달 2일(현지시간)엔 세계적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더라도 해당국의 수출 보조금, 환율 정책, 부가가치세 등을 사실상의 관세로 취급해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내줬던 부의 일부를 되돌려 받는 것"이라며 "4월 2일은 우리가 해방되는 날"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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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
그러나 경제 흐름을 볼 때 미국에게 '해방의 날'이 아니라 '몰락의 날'이 되어가는 형국이다. 고관세는 다른 나라를 괴롭게 하는 이상으로 미국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고관세는 우선 미국 내 물가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또 글로벌 관세 전쟁을 야기해 미국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9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5%에서 2.7%로 0.2%포인트 상향했다.
미국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은행은 최근 1분기 미국 경제가 전기 대비 2.8%(연율 기준)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전망치(+3.9%)보다 크게 후퇴한 수치다. 마이너스성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2년 1분기 후 3년 만의 일이다.
고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크면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성을 발휘하겠다"고만 말해도 뉴욕증시가 상승 영향을 받을 정도다.
피터 모리치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관세 정책에 대해 "그간 미국의 무역 정책을 뒤집는 시도이자 명백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칙 위반"이라며 "미국을 스태그플레이션(물가가 오르면서 경기는 후퇴하는 현상)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로 세수 충당하고 무역적자 줄일 것", "글로벌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 등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철 지난 '중상주의 이론'에 기반하고 있을 뿐이다. 관세 장벽은 결국 세계 경제에 해약을 끼친다는 건 그간의 역사가 증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패권국으로 떠오른 미국은 관세를 걷는 대신 '자유무역'을 추구했다. 1948년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가 설립되면서 자유무역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1995년엔 WTO 체제가 출범했다.
미국은 WTO 규칙을 가장 열심히 지켰고 그것이 막대한 무역적자의 원인 중 하나이긴 하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관대함을 이용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이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자유무역은 미국의 패권 공고화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이 관대하기에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동맹국이 되고 싶어 했으며 기꺼이 미국을 지켜주는 방파제 역할을 떠맡았다.
그러는 사이 전 세계의 자본과 인재가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중국, 러시아 등의 부자들도 자기 돈을 투자할 때는 미국을 찾는다. 미국이 "관대하고 공정하며 예측 가능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WTO 규칙을 어기는 나라가 됐다. 오랫동안 미국이 쌓아왔던 자산인 '신뢰'와 '공정'이 무너져가고 있다. 이는 곧 미국 몰락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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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재성 경제 에디터. |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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