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살리면서 가계대출 억제는 불가능…하나 선택해야
"은행권은 부동산 과열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 3일 17개 주요 은행 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꺼낸 말이다.
금감원은 최근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다. 오는 15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실태 점검을 위한 서면·현장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이행 적정성, 가계대출 경영 목표(연간 1.5~2.0%) 관리 실태 등을 집중 들여다볼 계획이다. 점검 결과 드러난 지적 사항에 대해선 엄중 조치하겠다고 사전 경고했다.
은행들은 바싹 긴장한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지키겠다고 거듭 확약했다. 가계대출 확대를 막기 위해 금리도 올렸다.
KB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포인트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주담대 우대금리 폭을 최대 0.20%포인트 축소했다. 다른 은행도 조만간 금리 인상 조치 등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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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봉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이상훈 선임기자] |
금융당국이 강하게 나설 만큼 가계대출 증가폭은 심상치 않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 5조1000억 원, 5월 6조 원 늘었다. 3월 1조7000억 원 감소한 것과는 딴판이다. 지난달에는 전체 은행권 중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만 5조3415억 원에 달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으름장에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가계대출이 마구 늘어난 건 은행이 아닌 정부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가계대출 오름세를 주도한 건 정책금융이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4월과 5월 디딤돌·버팀목 대출 증가액은 6조6000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은행권 전체 주담대 증가액(10조2000억 원)의 64.7%에 해당한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두 대출의 소득 요건을 각각 부부 합산 8500만 원과 7500만 원으로 1500만 원씩 늘린 영향으로 여겨진다.
정부가 지난 1월 말 내놓은 신생아 특례대출도 한 몫 했다. 저금리(최저 연 1.6%) 덕에 출시 후 5개월 사이 신청액이 약 6조 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 대출의 소득 요건도 3분기부터 부부 합산 1억3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완화할 예정이라 대출 신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1월 나온 대환대출 서비스는 대출금리 하락을 유도해 역시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겼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7월에서 9월로 2개월 미룬 것도 같은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사실상 가계대출 증가책을 써놓고 은행들만 닦달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진정으로 가계대출 억제를 원한다면 정부 정책부터 바꿔야할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지나치게 얼어붙을까 걱정하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순 없다. 부동산 경기 개선과 가계대출 억제를 동시에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 물가 억제와 경기 회복을 동시에 꾀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국민들을 고물가에 허덕이게 만들고도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환란이 닥쳤던 해를 빼곤 최저 수준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 6000건 돌파가 예상되는 등 부동산 경기는 이미 활황세다. 일부 지역 집값은 전고점을 돌파해 과열까지 우려된다. 이제 정부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분명하다. 은행을 윽박지를 게 아니라 정책금융을 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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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재성 경제산업 에디터. |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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