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국제유가 급락세인데 유류세 인하 연장…재정관리 손 놓았나

안재성 기자 / 2024-08-21 17:05:43
"국제유가 불안하다"지만…실제론 '휴전 기대감'에 국제유가 급락
세수 결손 '심각'·상반기 재정적자 역대 2위…'건전재정' 약속은 어디로?

기획재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휘발유 20%·경유 30%)를 10월 말까지 2개월 연장한다고 21일 밝혔다. 11번째 연장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국제유가가 불안해 민생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연장 배경을 설명했다.

 

▲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기와 펌프 잭. [뉴시스]

 

하지만 최근 유가 흐름은 정부 진단과는 다르다. 20일(현지시간)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0.44% 떨어진 배럴당 74.0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는 전날 2.97% 급락하는 등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그리며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77.20달러로 장을 마감해 0.59% 하락했다. 국내 유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동산 두바이유(배럴당 77.21달러) 역시 0.04% 내렸다. 브렌트유와 두아비유 모두 3거래일 연속 내리막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는 설이 퍼지며 휴전 기대감이 커진 때문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멈추면 중동 정세가 진정되고 국제유가도 하향안정화할 전망이다.

 

이미 국내 유가도 과거보다 꽤 내려왔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8월 둘째 주(11∼15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보다 리터(ℓ)당 9.8원 하락한 1696.8원을 나타냈다. 휘발유 가격이 1600원대로 내려간 건 5주 만이다. 경유 평균 판매가격도 1534.5원으로 전주 대비 리터당 9.3원 떨어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보통 국제유가가 국내 유가에 반영되기까지 2~3주 가량 걸린다"며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이므로 향후 국내 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즉, 지금은 연장을 거듭했던 유류세 인하 조치의 단계적 정상화를 꾀할 좋은 기회다. 정부는 이를 전제로 올해 교통·에너지·환경세수가 지난해 결산보다 41% 이상 늘어난 15조3000억 원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가 또 연장돼 상반기까지 세수 진도율은 34.9%에 그쳤다.

 

유류세 정상화를 미뤄도 될 만큼 세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총 168조60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6%(10조 원) 줄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상반기에 103조4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이런 재정 위기 상황에서도 정부는 곳간 채우기 대신 '돈 쓸 궁리'만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전날 2025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회의에서 다자녀 가구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소상공인 대상 키오스크 수수료를 반값으로 내리는 방안도 연내 추진한다. 모두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정부는 또 이날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를 본 판매자들을 돕기 위해 1조60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 사연은 안타깝지만 일일이 국민 세금을 들여 구제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또 다른 이커머스업체 폐업으로 피해를 본 판매자들이 정부에 구제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들을 다 구제할 건가.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건전재정'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곤 집권해 임기 초부터 '건전재정'을 부르짖었으나 행동은 달랐고 재정성적표는 참담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건전재정 기조를 다시 세우길 바란다.

 

▲ 안재성 경제산업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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