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금리 역전폭 2%p 장기간 유지…집값·가계부채·환율 상승 부추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일 "우리나라의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어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부채가 부동산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돼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과 한국금융학회의 공동 정책심포지엄에 참석해서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해법의 하나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나현주 한은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이 내민 '한국형 뉴 리츠(REITs)'를 지지했다.
한국형 뉴 리츠에서 가계는 주택의 임차인인 동시에 해당 주택의 지분을 소유한 투자자로 참여한다. 주거의 안정을 꾀하면서 후일 집값이 올랐을 때 지분만큼 투자수익도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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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일 '한국은행-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높은 집값과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를 제기하는 건 정부 기관 수장으로서 마땅한 태도다. 실제로 시장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지만 한국형 뉴 리츠도 대안으로 생각해볼 만하다.
하지만 이 총재의 발언에 시장과 유주택자뿐 아니라 무주택자들도 비판과 조롱을 퍼붓고 있다. 현재의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에 한은도 분명 책임이 있는데 남일 얘기하듯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결국 이 총재가 언행일치를 이루지 못한 게 지탄받는 원인이다. 이 총재가 지난 2022년 처음 부임할 때만 해도 기대하는 시선이 적잖았다. 그래서 '톨 창용'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1979~1987년)의 별명인 '톨 폴'에서 따온 명칭이다. 볼커는 키가 201cm로 역대 연준 의장 중 가장 컸는데 이 총재(192cm)도 역대 한은 총재 중 최장신이라서다.
재작년은 국내 물가가 치솟던 시기라 1970년대 후반 14%에 달하던 미국의 살인적인 고물가를 잡아낸 볼커와 비슷한 활약을 국민들은 원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톨 창용'은 없었다. 2022년 연준이 물가를 잡으려고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세 차례나 밟을 때 한은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한 차례에 그쳤다. 한미 금리는 역전되고 그 폭이 점점 커졌다. 2.00%포인트에 달하는 역전폭은 2년 가량 유지됐다.
널뛰는 물가는 당연히 잡히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는 정부의 정책금융과 더불어 집값을 띄우는 역할을 했다. 집값이 상승하자 매수세가 쏠리면서 가계부채가 폭증했다. 원·달러 환율도 치솟았다. 이 총재 취임 당시 1200원대 초중반이었던 환율이 지금은 1400원을 넘나들고 있다. 고환율은 물가를 더 끌어올렸다.
물론 경기침체와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는 걱정됐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말했듯 성장률 추락·고실업을 겪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종식된 사례는 역사상 없다. 경제 철학에서 프리드먼과 대척점에 섰던 케인지언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도 "물가를 1%포인트 낮추려면 국내총생산(GDP)의 4%를 포기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볼커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1.00%까지 끌어올렸다. 살인적인 고금리 탓에 수많은 가계와 기업이 파산했으며 볼커는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볼커는 권총을 차고 다니며 굽히지 않았다.
볼커가 강단을 보인 덕에 미국 물가상승률은 1983년 3.2%까지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서 1980년대 미국 경제는 황금기를 맞았다. 볼커는 '가장 위대한 20세기 중앙은행장'이란 찬사를 얻었다.
이 총재에게 볼커와 같은 강단은 없었다. 이 총재가 언행불일치를 보였기에 말의 내용이 옳아도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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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재성 경제 에디터. |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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