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여성 고용 부담"…기업 꺼리니 여성 고용률 '부진'

안재성 기자 / 2025-01-06 17:08:46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야?…너무 우대하니 기업 부담
스웨덴, 사회보험으로 육아휴직 급여 지급…우리도 정부가 부담 덜어줘야

"아이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강 모 씨(34·여)는 결혼 후 잠시 일을 쉬다가 다시 직장을 구하는 중인데 면접을 볼 때마다 같은 질문을 받는다. 혹여나 입사 직후 임신할까 봐 걱정하는 면접자 모습에 강 씨도 부담이 크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15~64세 여성 고용률은 6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31위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63.1%)도 31위로 하위권이다.

 

20년 전인 2003년(51.2%)보다 여성 고용률은 10.2%포인트 올랐지만 순위는 27위에서 31위로 네 계단 떨어졌다. 일본(74.8%), 영국(74.2%), 프랑스(73.9%) 등 타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친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같은 기간 10.1%포인트 상승했으나 순위는 한 계단 오르는데 그쳤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여성 고용률 상승을 위해 "근로 시간 유연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와 가족 돌봄 지원 확대 등 여성이 일하기 편한 근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과연 여성에게 유리한 근로환경만 조성하면 여성 고용률이 늘어날까. 거꾸로 여성에게 유리한 근로환경이 기업이 여성 고용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 여성 고용률 상향을 위해선 기업의 부담을 정부가 나눠 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여직원이 아이를 낳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1년 간 쓸 경우 해당 기업은 그 여직원에게 근로는 제공받지 못하면서 급여만 계속 지급해야 한다. "남직원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육아휴직 가능 대상자 중 모(母)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10년 40.6%에서 2022년 70.1%로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에 비해 부(父)는 같은 기간 0.2%에서 6.8%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경제적인 책임은 부가, 육아 책임은 모가 짊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많은 남직원들이 주변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을 못 쓴다고 한다. 경제적인 책임을 짊어지고 있으니 자칫 벌이가 끊길까 염려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자연히 여직원보다 남직원을 선호하게 된다.

 

그나마 대기업이나 공기업이라면 여유가 있지만 손 하나가 귀한 중소기업에게는 견디기 쉽지 않은 부담이다. 우리나라 고용의 88%는 중소기업이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고용률이 오르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복지로 유명한 북유럽 선진국들은 기업에게만 짐을 떠넘기는 게 현명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스웨덴은 부모에게 총 480일의 육아휴직을 보장하는데 한 성별이 최소 90일 이상 사용해야 한다. 덴마크는 부모에게 각각 24주씩 육아휴직을 준다. 서로 육아휴직 양도가 가능하지만 한 성별이 최소 11주는 사용해야 한다.

 

남직원도 일정 기간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강제함으로써 기업이 남직원만 선호하는 걸 방지하려는 취지다.

 

스웨덴은 또 육아휴직 480일 중 390일은 사회보험으로 기존 소득의 약 77.6%를 보전해줌으로써 기업 부담을 크게 낮췄다. 육아휴직 급여를 모두 기업이 내게 하는 한국과는 천지 차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육아휴직 급여를 월 최대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리고 육아휴직 기간도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 없이는 기업 부담만 커질 뿐이다.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에게 '천사'가 되길 기대하진 말자. 정부가 기업 부담을 덜어줘야 비로소 여성 고용률 상향을 기대할 수 있다.

 

▲ 안재성 경제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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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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