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살해한 다둥이 엄마가 이례적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양형부당’을 주장하면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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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지방법원 [뉴시스] |
부산고법 울산제1형사부(부장판사 손철우)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39) 씨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기소를 기각하고, 1심의 형(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7월 경남 양산시의 주거지에서 수면제를 넣은 커피를 남편 B 씨에게 먹여 잠들게 한 후 베개로 얼굴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21살 때인 2004년, 39살이던 남편 B 씨를 만난 뒤 이듬해 결혼했다. 3명의 자녀를 둔 부부는 2012년부터 남편의 술 버릇과 가정폭력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급기야 남편 B 씨가 2017년께 건축 관련 사업에 실패한 후 어머니 C씨의 집으로 들어가 더부살이를 하게 되면서, B 씨의 폭력적 행동은 더 심해졌다.
사건이 발생한 7월 중순 새벽에는 술에 취한 남편 B 씨가 잠든 아내를 깨워 부부관계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흉기를 가져오라며 아내에게 협박했다.
이날, A 씨는 병원에서 처방받아 보관하고 있던 수면제를 커피에 넣은 뒤 잠든 남편의 손목을 여러 차례 긋고, 베개로 얼굴을 눌러 살해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지난 2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울산지법 형사11부는 그대로 선고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보호해야 할 가치이지만, 지속해서 가정폭력을 당해온 점, B 씨가 없어져야만 자신과 자녀를 보호할 수 있다는 극단적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 점 등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A 씨를 다시 구금하면 자녀들이 부모의 부재 속에서 성장해야 하고, B 씨 유족들도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의 의견이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을 갖진 않지만 제도 취지를 감안하면 배심원의 의견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KPI뉴스 / 최재호 기자 choijh199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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