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자격 법정다툼, 바이든 기억력문제 쟁점···유권자 존재 안보여
바이든·트럼프 정치운명 못지않게 美정치 분열·양극화 치유 선택 긴요
미국 백악관과 연방대법원에서 지난 목요일 있었던, 금년 11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두 이벤트가 나란히 이목을 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선 본인의 지적 능력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출마자격 심리 재판 개시가 그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두 유력 대선 후보의 선거 레이스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들이다
바이든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원인 로버트 허 법무부 특별검사(special counsel)가 당일 발표한 바이든의 나쁜 기억력(poor memory)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맹렬히 비난했다. 특검은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임했던 기간을 특검과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한 점,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다룬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사 및 외교 정책에 관한 기밀 자료가 델라웨어주 사저에서 발견되는 등 민감한 정보를 부주의하게 다룬 점 등을 지적했다.
345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는 이날 곧바로 미 의회에 제출되었다. 보고서는 문제되는 기밀 자료가 실수로 반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고 전체적인 증거는 형사유죄판결의 법적 기준인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beyond a reasonable doubt)' 바이든의 유죄를 입증하지는 못한다고 언급했다. 바이든은 기자회견에서 '내 기억력은 괜찮다(My memory is fine)'라며 특검 보고서를 반박했다.
한편 트럼트는 지난해 6월 별도로 임명된 잭 스미스 법무부 특별검사에 의해 대통령 시절 다룬 군사 정보와 전략 등이 포함된 기밀 자료를 플로리다주 사저에 불법 보관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같은 날 연방대법원은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내린 트럼프의 대선후보 자격 박탈 판결에 대한 최고법원으로서의 심리에 들어갔다. 첫 공판에서부터 트럼프 측과 콜로라도주 유권자 측은 치열한 구두 변론을 펼쳤다. 핵심 쟁점은 2021년 1월 6일 미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하여 미 수정헌법 제14조 3항에 의거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금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트럼프 측 변호인은 수정헌법의 동 조항이 대통령직에 적용되는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트럼프와 같은 대선 출마자에게 적용되지 않으며 의회가 이 조항을 바탕으로 대선후보자격 박탈에 관한 입법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또한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경우 수천만 명의 잠재적인 유권자들로부터 투표권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변론했다.
콜로라도주 유권자 측 변호인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나라의 수도가 폭력적인 공격을 받았고 그 공격은 현직 미 대통령이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방해하기 위해 선동했다는 주장을 폈다. 주 대법원의 결정이 국가 단위의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의 우려에 대해 섀넌 스티븐슨 콜로라도주 법무장관은 주의 결정을 실행에 옮기고 여기에 연방주의의 일부 혼란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변론했다.
콜로라도주의 결정은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상당한 정도 박탈하는 효과가 있다는 브렛 캐버너 대법관의 지적에 대해 변호인은 트럼프는 자신에게 반대표를 던진 8000만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박탈하려 했고 헌법은 그에게 또 다른 기회를 부여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변론했다.
미 최고법원과 특별검사가 같은 날 공화, 민주 양당 대선 후보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드라마를 쓰기 시작한 형국이다. 통상 드라마 작가는 작가의 의중이 있을 경우에도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시청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드라마를 만들어 나갈 개연성이 있다. 대선 드라마에서의 시청자는 유권자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미 대선 드라마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최고법원과 특별검사가 쓰는 대로 흘러갈 것인가. 정작 유권자의 존재는 보이지 않은 채 작가만의 대선 드라마가 되는 것은 아닌가.
바이든의 기억력 문제는 특별검사의 이번 보고서가 아니어도 몇 차례 세간에 알려진 바 있다. 심지어 지난 목요일 긴급 기자회견 도중에도 중동지역 위기를 언급하면서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멕시코 대통령으로 잘못 호칭했다. 하루 전인 수요일 뉴욕에서의 모금행사에서는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에 관한 스토리를 얘기하면서 헬무트 콜이라고 불렀다. 그 직전 주말 네바다 연설에서는 1981~1995년 재임한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과 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을 혼동했다. 로버트 허 특별검사가 의회에 제출한 바이든의 나쁜 기억력에 관한 보고서가 어떻게 다루어질지, 또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기소한 트럼프의 기밀 자료 유출 혐의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등 앞으로 펼쳐질 대선 드라마를 일단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미 최고법원은 24년 전인 2000년 대선의 조지 부시 대 앨 고어 대결에서 승패의 키를 쥔 바 있다. 당시 최고법원의 보수 대 진보 구도는 5대 4로서 현재의 6대 3에 비해 균형을 이루고 있었음에도 공화당 부시에 기울어진 판결이 아니냐는 비판을 한동안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한 다소 불편한 기억으로 인해 이번에는 최고법원이 트럼프의 대선출마자격 유무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옆으로 한걸음 비켜서는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도 있다. 그렇지만 만의 하나 최고법원이 빈 껍데기의 허울만 남는 듯한 결론을 내린다면 그 또한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실현함에 있어 법원과 의회의 결정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평가일 터이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정치적 운명 못지않게 긴요한 것은 미국 정치의 뿌리 깊은 분열과 양극화를 치유하는 선택일 터이고 미 대선 드라마에서 궁극적인 평가자이자 심판자는 시청자이자 유권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 드라마를 쓰는 진정한 작가는 최고법원도 특별검사도 아닌 결국 현명한 유권자들임을 확인하게 되는 극적인 드라마를 미 대선에서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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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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