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화병 난 대한민국

김윤주 기자 / 2024-09-20 16:10:20
국민 절반 '장기적 울분'…恨의 민족 아닌 '울분의 민족'
실제로 친구들 카톡으로 가장 많이 하는 말 "나 화나"
의료 비상사태·독단적인 대통령·더위 등 울분 원인

▲ [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이 '통' 하나를 안고 산다. 바로 '울화통'이다. 얼마 전,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놓여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말 그렇다. 다들 잔뜩 화가 나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다. '툭' 치면 '욱'할 거 같다. 또는 '왁'하고 쏟아질 것만 같다. 옛 조상들은 억울한 일에 '슬퍼하다' 가슴에 응어리가 맺혔다. 요즘은 억울한 일에 '화가 나서' 병이 생긴다. '한(恨)의 민족'이 '울분(鬱憤)의 민족'이 돼버렸다.

 

▶친구들이 카톡으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나 화나(열받아)"이다. 그게 대화의 시작이자 절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린 울분을 가장 많이 겪고 있다는 '30대'다. 친구들은 왜 열받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추임새처럼 찍찍(ㅡㅡ) 이모티콘을 덧붙인다. 다른 채팅언어는 화려한 카톡 이모티콘 탓에 멸망했지만 이 '정색 이모티콘'만은 용케도 살아남았다. 역시 화가 많은 민족답다. 친구들의 분노 대상은 그때그때 다르다. 가족·친구·상사·이름 모를 행인 등등이다. 우린 매일 분노하며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문제는 '보통의 상태'에도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특별한 일을 겪지 않아도 화가 나있다. 기본값(디폴트)이 '분노'다. 모두가 '버럭이'로 산다. 사회에 대한 불신이 그 원인 중 하나다. 실제로 조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신'은 '불만'이 되기 쉽다. 그러니 모든 일에 날이 서있다. 내가 혹시 피해를 입을까 예민하다. 또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을 갉아먹기도 한다. 남들의 연봉·집·차를 보며 우울해한다. 이런 점에서 SNS는 쥐약이다. 실제로 자신을 '하층'이라 인식하는 사람이 울분을 크게 느낀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 현실도 '울분의 지분'을 차지한다. 병원은 아수라장이 된지 오래다.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덕담처럼 건네던 '아프지 말자'는 뼈 있는 현실 조언이 돼버렸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내 집'은 허황된 꿈처럼 느껴진다. 안타까운 참사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거기에 나라 수장인 대통령은 여전히 '마이웨이'다. 무엇이든지 잘되어 가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 눈치가 없는 건지, 알면서도 무시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너무 무섭다. 2년 반이나 남았다는 것 또한 공포다. 거기에 날씨까지 너무 덥다. 울분이 날만하다. 어느 마을에도, 어느 마음에도 가을이 오지 못했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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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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