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바이든 떠난 바이드노믹스의 향방

조홍균 논설위원 / 2024-07-29 11:24:36
바이드노믹스 횃불·부담 짊어진 '카멀라노믹 바이드노믹스' 전망
기후변화·산업정책 기조 이어갈듯···경제인식 공감·현실간극 축소 긴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로 미 대선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바이든에게서 횃불(torch)을 넘겨받은 대선주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것인가다. 후보가 바뀌어도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여전히 경제라는 점에서 바이든이 떠난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향방과 대선 영향이 어떠할지 주목된다. 

 

▲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AP뉴시스]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적지 않은 미국인들이 경제에 관한 바이든의 업적을 전반적인 실제 경제지표의 모습과는 달리 낮게 평가해 왔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높아졌던 인플레이션은 경제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비판적 정서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과 해리스는 지난 3년 반 동안 동일한 정책을 펼치고 동일한 성과를 홍보해 왔기에 그들 간에 경제적, 정책적 견해의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내부적으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당분간 해리스는 바이드노믹스의 횃불과 부담을 함께 짊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해리스에게 일단은 바이드노믹스에 토대를 둔 유권자들의 판단이 적용될 것이고 그래서 '카멀라노믹(Kamalanomic) 바이드노믹스'라는 다소 복합적인 전망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형국에서 민주당에게 좋은 뉴스는 해리스에게 꽤 유리한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블루프린트(Blueprint)의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부통령인 해리스를 대통령인 바이든만큼 인플레이션과 경제에 어려움을 초래한 원인 제공자로 비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또 하나의 순풍은 바이든과 트럼프를 모두 싫어하는 그룹(double-haters)에서 불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바이든에게는 실망을 느꼈지만 이제 설득을 통해 다시 지지 세력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정상적인 민주당원들이라는 것이다.

 

지난 3년 반 바이드노믹스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기후변화 대응은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젊은 유권자들은 해리스가 석유산업에 기반을 둔 일부 경합주의 지지를 의식하여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완화하지 말아 줄 것을 최근 촉구했다.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시절 화석연료의 연소와 관련하여 석유회사 엑슨모빌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바 있고 상원의원 시절에는 민주당의 그린 뉴딜 법안을 지지했으며 바이든 행정부의 역사적인 녹색 보조금 정책을 앞장서 추진해 왔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오랜 옹호자로 평가받을 만한 인물이다. 기후단체들이 해리스 대선 후보를 환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선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인 '내일의 유권자들(Voters of Tomorrow)'은 해리스의 기후변화 정책에 대해 매우 낙관하고 있으며 환경과 Z세대의 미래에 트럼프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드노믹스의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은 어떠한가. 바이든 후보 사퇴 이후 해리스 지지를 밝힌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중 산업정책과는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국내외 시장 개방을 지지했던 전임 행정부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산업의 미국 내 생산을 촉진할 목적으로 정부가 보조금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개입주의적(interventionist)' 산업정책을 추진해 왔다. 큰 정부로 향한 행보이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과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이 선봉대 역할을 해 왔다. 이 법률들은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 신규 투자에 대해 세제 혜택 등 여러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원한다. 바이든 떠난 바이드노믹스 내지 '카멀라노믹 바이드노믹스'의 산업정책은 과연 변화를 모색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산업정책의 다른 대안이 준비되거나 모색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본다. 예컨대 민주당 내에서 클린턴, 오바마 행정부 시대의 정책 철학으로 돌아가려는 조직적인 압력에 해리스가 직면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급격히 부상하는 중국의 파워 등에 대처하기 위해 정책의 무게 중심을 개입주의로 전환한 바이드노믹스는 이미 대중과 여론, 그리고 의회에 강력한 이념적, 실천적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리스는 바이드노믹스를 재편하기보다는 보완 내지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 적합성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바이든과 함께 추진해 온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정책의 기조를 이어갈 개연성이 높을 것이다.

 

해리스는 대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경제와 정책에 관한 철학과 접근방법을 '번영할 자유(freedom to thrive)'로 표현했다. 이러한 슬로건에 부합하면서 진보 대 보수의 획일적 이분법 구도에서 자유로운 실용적인 번영의 정책을 추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이 높아진 생활물가와 씨름하고 있는 현실을 겸허하게 인정하며 경제 인식에 공감의 폭을 넓히되 인식과 현실의 간극을 줄여나가려는 노력 또한 긴요하리라 본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횃불을 밝히며 법의 지배와 보편적 가치에 대한 믿음을 모쪼록 세계시민들이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가운데 앞으로 100일 진정한 의미의 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 논설위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