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금융지배와 금융안정···재조명되는 금융감독

UPI뉴스 / 2023-09-21 15:17:07
민간부채 누적···금융안정 우려, 통화정책 제약 금융지배 국면
美 은행 위기, 금융지배 반면교사···금융감독 재조명·업그레이드 계기
자본·유동성 등 일반적 금융규제 강화, 금융안정 충분조건 안돼
주도면밀·진취적·선제적 금융감독·통화당국 협력···금융안정 달성에 긴요

민간부채의 누적이 위험 수준이다. 한국의 GDP 대비 민간부채 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이번 9월 IMF가 데이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확대된 민간부채가 디레버리징으로 축소되지 않고 계속 늘어난 탓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금융안정과 거시경제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민간부채가 과다하게 누적되면 민간부문의 은행 신용 및 중앙은행 유동성 공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고 통화 긴축의 수준과 방향에 따라서 시장이 크게 뒤흔들릴 수 있다.

 

이 경우 금융안정에 관한 우려로 인해 통화당국이 거시경제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행동을 취하는 데 제약을 받게 된다. 이른바 금융지배(financial dominance)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금년 3월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은행 위기는 그러한 금융지배 상황의 반면교사와 같은 환경의 예를 시사해 주었다. 그러한 환경에서는 금리인상 뿐 아니라 심지어 매우 조그마한 시장의 동요에도 금융안정이 위협받고 경제시스템 전체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다한 민간부채로 인해 초래되는 금융지배 국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금융안정 달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의 중요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15년 전인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확산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금융안정을 핵심 정책 이슈로 다뤄왔다. 

 

금융안정은 어느 하나의 정책당국이 모두 커버하기는 어려운 정책의 여명지대(zone of twilight)에 속하는 과제로 인식되었고 유관 당국이 협력하는 거시건전성정책을 포함하여 금융규제와 금융감독 발전을 모색하여 왔다. 

 

최근 미국 은행 위기 이후에는 한동안 다소 느슨한 면이 있었다고 본 금융규제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은행자본규제 강화 논의 등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은행 위기, 금융지배 등에 대한 성찰은 금융감독의 역할 강화 내지 패러다임 변화 촉진 논의로 전개될 수 있는 여건을 무르익게 하고 있다. 금융감독을 재조명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개별 금융규제 항목을 준수했는지를 체크하는 수준의 금융감독에 머물지 않고 은행들의 실제 리스크 관리와 비즈니스 모델의 동학(dynamics) 등을 선제적 관점에서 함께 논의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금융감독 패러다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자본 규제와 유동성 규제를 아무리 수위 높게 바꾼다고 하더라도 은행 위기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음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등 파산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새로운 게임 체인저인 SNS와 디지털이 촉발하는 분초를 다투는 뱅크런에 높은 자본비율과 유동성비율 그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움을 깨닫게 되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감독당국이 지난 15년 동안 신중하게 만들어서 강화한 자본 및 유동성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금년 3월 단시간에 무너졌다. 자본·유동성 등의 일반적·획일적 금융규제 강화만으로는 금융안정을 달성하는 충분한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음을 실체적으로 보여주었다.

 

금융감독의 재조명, 그리고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감독당국이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 최적의 방향으로 적응하고 진화해야 할 때다.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가 제시한 사회진화론의 관점에서도 진화하는 금융감독을 바라볼 수 있다. 

 

은행들이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리스크와 모색하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주도면밀하게(prudent) 이해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진취적으로(proactive) 은행들을 가이드하며 선제적으로(preemptive) 교정하는 경보를 적법한 권한을 가지고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민간부채가 과다한 금융지배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의 기조 변화는 물론 미조정, 그리고 시장의 작은 촉발 요인에도 금융안정이 크게 흔들리고 시스템 리스크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금융지배의 국면에서는 자본 및 유동성 기준 등을 높게 충족하는 것이 금융안정 달성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이 되기는 어렵다. 아무리 건전하고 유동성이 높은 은행이라도 일거에 분위기와 추세가 바뀌는 시장의 동요와 급격하고 빠른 소용돌이에 처하게 되면 이를 감당하고 막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은행 감독지표의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며 쉽게 보이지 않는 심해 흐름과 시장 심리를 꿰뚫어 보는 감독당국의 혜안이 필요하다.

 

따라서 진정한 금융안정을 이루려면 룰에 해당하는 금융규제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플레이어로서의 금융감독이 그 역할을 새롭게 제고해 나갈 당위가 있다고 하겠다. 

 

은행 자본조달과 신용 양면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강건성 여부, 거시경제여건과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응하는 은행 경영의 취약성 여부 등을 통찰력 있게 살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통화당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통화당국과 감독당국이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 상황 분석과 판단에 관한 핵심 정보와 인식을 공유하며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면한 금융지배 상황에서의 금융안정이라는 긴요한 정책 과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고난도 정책의 여명지대를 지날 때일수록 각 정책당국이 전문성의 지대(zone of expertise)를 서로 확충·강화해 나갈 필요성이 한층 높아진다고 하겠다. 유관 정책당국들의 총체적 전문성과 역량이 어느 때보다 조화롭고 지혜롭게 발휘되어야 할 때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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