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진화하는 중앙은행가, 잭슨홀의 제롬 파월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2025-08-25 11:00:53
잭슨홀 파월 발언, 대전환기 중앙은행가 진화 모습 보여줘
성급한 금리인하로 인플레 초래시 연준 평판 심각히 훼손
재정지배 국면···파월, 파월 후임자 포퓰리즘 맞서 독립성 지키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세 가지 'I'(Three I's)에 관하여 말했다고 볼 수 있다. Interest rate(금리), Inflation(인플레이션), Independence(독립성)이다. 금리에 관해서는 최근 발표된 노동시장의 부진한 지표와 고용의 하방 위험을 언급하면서 위험 균형의 변화에 따른 정책기조 조정, 즉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인플레이션에 관해서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누적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기와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독립성에 관해서는 '오로지(solely)' 경제적 증거(economic evidence)만을 바탕으로 정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AP 뉴시스]

 

파월 의장의 임기 중 마지막으로 열린 이번 잭슨홀 미팅의 발언은 이전 수년간의 발언에 비해 신중하고 균형 있어 보이며 대전환기의 정책을 다루는 경험을 축적한 중앙은행가, 진화하는 중앙은행가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듯하다.


파월은 4년 전 2021년 8월 잭슨홀에서 당시 급등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transitory)'일 뿐이라고 단언했다가 2022년 8월에는 정반대로 강력한 통화긴축 메시지로 선회함으로써 세계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극단을 오간 바 있다. 2023년 8월 잭슨홀에서 정책의 양방향 리스크를 경계하는 여백을 남긴 후 2024년 8월에는 이제 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며 23년래 가장 높은 수준에 있던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강력하고 일방향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그렇지만 이후 실제로 이루어진 금리인하는 1%포인트에 머물렀고 2025년 들어서는 줄곧 동결이다.

미 대선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전개된 정치경제적 현실은 1년 전 잭슨홀에서의 일방향적 금리인하 메시지가 다소 정합성을 띠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측면이 있다. 통화정책이 직면하는 정치경제적 리스크 또한 양방향일 수 있음을 새삼 일깨워준다.

이번 잭슨홀에서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의 상황과 정책 전망에 대해 신중한 의견을 제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매파적(통화긴축)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민 정책이 노동 수요와 공급 모두에 미치는 영향과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지속적인 위험을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은 상방 위험으로 고용은 하방 위험으로 기울어져 있어 쉽지 않은 경제 상황임을 언급했다.

경제에 대한 어떤 관점이 옳고 연준이 어떻게 정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당분간 명확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경제적 증거에 달려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금리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경제적 증거에 기반한 판단에 의거 신중한 접근 방식을 견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가 다소 긴축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최선의 접근 방법 중 하나는 경제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가장 적은 금리 수준을 취하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장대로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non-inflationary growth)이 곧 물결친다면 당분간 통화정책을 다소 긴축적으로 유지하고 금리인하를 더 기다린다고 해서 경제에 별 위험 요소는 없다. 하지만 트럼프 경제의 실제 모습이 공급 문제와 인플레이션 위협이라면 금리인하를 서두르는 것은 경제에 타격이 될 수 있다. 10년 사이에 두 번씩이나 인플레이션 급등을 초래한다면 연준의 평판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효과의 전체적인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다시 통화완화 정책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러한 위험에 빠질 우려를 높인다. 파월 의장이나 파월의 후임자가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려 한다면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는 최근의 국가부채와 그 이자 비용 증가는 각국 정부가 중앙은행에 금리인하 압력을 가하도록 하는 엄청난 정치적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 경제가 재정지배(fiscal dominance) 국면에 처해 있음을 뜻한다. 재정지배는 국가부채 누적 등으로 재정이 통화정책을 제약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기 극복 과정에서 각국의 재정지출은 급격히 증가했고 국가부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누적되었다. 누적된 국가부채는 재정 포퓰리즘(fiscal populism) 압박으로 중앙은행에 다가올 수 있다.

이달 트럼프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스티븐 미런을 연준 이사로 지명한 것은 미국의 재정 지배력이 커지고 있는 위험성을 보여준다는 시장의 평가가 있다. 이러한 재정지배 국면을 반영하듯 중앙은행 정책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과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의 격차는 2022년 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이는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달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이후 트럼프가 파월을 다시 공격한 여파로 장단기 금리차는 더 확대되었다. 백악관이 통화정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한다면, 특히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여겨지는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암시하는 것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있다.

'어떤 이들은 세상이 불로 끝날 것이라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얼음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Some say the world will end in fire, Some say in ice.)'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불(욕망) 또는 얼음(증오)으로 인한 세상의 파괴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는 시장이나 경제를 직접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과 경제에 드리워져 온 인플레이션(불)과 디플레이션(얼음)이라는 상반된 위협을 은유적으로 묘사하는 것일 수 있다. 불은 지금 얼음보다 더 큰 위협이다. 이번 잭슨홀에서 파월이 얼음(Ice)을 포함하지 않은 세 가지 'I'(Three I's), 즉 Interest rate(금리), Inflation(인플레이션), Independence(독립성)에 관하여 말한 것은 적절했다.

이번 잭슨홀의 파월 발언은 대전환기의 축적된 정책 경험과 중앙은행가의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미 연준이 경제적 증거를 기반으로 판단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효과의 전체 모습을 파악하는 가운데 신중한 정책 접근과 결정을 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재정지배 국면에서 파월과 파월의 후임자,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가들이 재정 포퓰리즘과 취약한 정치 거버넌스에 흔들리지 않으며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헌신하는 독립성을 굳건히 견지하길 기대한다.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저서: 우리 시대의 금융경제 읽기(박영사, 2025년) △ 현재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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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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