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2024년은 디지털 자산의 원년이 될 것인가

조홍균 논설위원 / 2024-01-31 10:36:01
美 SEC, 10년 이상 거부한 비트코인 현물 ETF 2024년 들어 승인
판결에 떠밀려 내린 SEC 결정···의회도 디지털 자산 이슈에 당파적 접근
정부·시장 노력 관건···행정기관-입법부 대화, 시장 합리적 행동 제고 긴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0년 이상 승인을 거부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ETF)를 2024년 들어 결국 승인했다.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으로 담고 증권시장에 상장하여 자유로이 거래할 수 있는 펀드를 승인한 것이다. 이로써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규제를 받는 금융상품인 펀드를 통해서도 비트코인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펀드는 블랙록, 피델리티 등과 같은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관리한다. 주류 금융(mainstream finance)의 투자자산에 비트코인이 포함된 것이다.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으로 보유하려는 사람들에게 월가 주류 금융의 문호를 열어준 결정이다. 

 

미 SEC의 결정은 지난해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을 추수(追隨)한 것이다.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를 불승인한 SEC의 결정에 대해 연방항소법원은 자의적이고(arbitrary) 변덕스럽다고(capricious) 판결했다. 디지털 자산의 가격이 조작되기 쉽다며 10년 넘게 비트코인 현물 ETF를 불승인했던 SEC의 핵심 논거를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디지털 자산 산업을 '야생의 서부'(wild west)라 부르며 적대시해 왔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게 됨에 따라 SEC의 신뢰성에도 결정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디지털 자산 산업 육성론자들이 SEC보다 법원에 감사를 표시해야 마땅하게 된 형국이다.

 

SEC는 위원장을 포함하여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개리 겐슬러 위원장 등 3명이 민주당 위원이고 2명이 공화당 위원이다. 공화당 위원들은 SEC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10년의 기회를 이미 낭비했고 일반적인 표준과 절차를 따르는 데 실패했으며 SEC의 그간 잘못된 추론이 앞으로 몇 년 동안 메아리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반대표를 행사한 민주당 위원은 금번 승인이 불건전하고 비(非)역사적이며 SEC가 투자자 보호를 더욱 희생할 수 있는 잘못된 길에 놓이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디지털 자산 정책을 둘러싼 미국 의회의 균열을 극명하게 부각시켰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SEC가 이번에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공화당의 패트릭 맥헨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은 SEC의 이번 결정이 미국 디지털 자산의 미래를 위한 역사적인 이정표이자 SEC의 규제 행로에도 중요한 개선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민주당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지 않기를 바랐고 공화당은 좀 더 일찍 다른 방식으로 승인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방증이다. 미 의회가 디지털 자산 이슈에 당파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법원의 판결에 떠밀려서 행정기관이 부득이 승인 결정을 하고 의회는 공화, 민주 양당이 갈려서 상반된 입장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 미 정부의 총체적 현황이다.

 

시장 현황은 어떠한가. SEC의 승인이 새로운 투자의 물결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표출된 가운데 일부 비트코인 열성 팬들은 비트코인의 월가 입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류 금융에 대한 반성 및 대안을 표방하며 등장한 비트코인 본래의 자유주의적 비전을 약화시킨다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100만개의 토큰만 생성하도록 되어 있는 한정된 공급량으로 인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및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도 바라본 것이 사실이다. 이 시나리오는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치솟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을 때 크게 흔들린 바 있다. 비트코인이 다른 투자자산처럼 거시경제와 통화정책 등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경험한 것이다. 

 

디지털 자산이 선악의 문제, 도덕의 문제는 아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5년 동안 1300% 가까이 급등하긴 했으나 주류 금융에도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 의장이 지적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등 투기적 요소는 태생적으로 내재한다. 한때 일각에서 존경받을만한 투자 공간 밖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던 비트코인이 2024년 들어 올드보이 클럽에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디지털 자산의 보관자(custodian), 거래소, 자산관리자, 시장조성자 등 정통적인 플레이어들에 의해 주류 금융에서 상품화를 촉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2024년은 디지털 자산의 원년이 될 것인가. 이는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의 표현대로 '야생의 서부'를 어떻게 개척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그 개척에는 정부와 시장의 노력이 관건이라고 하겠다. SEC와 같은 전문 행정기관일수록 사후(ex post) 교정에 흐르기 쉬운 법원 소송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사전(ex ante) 설계가 가능한 입법부와의 대화에 더욱 힘쓸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독립적 전문가 그룹과의 정책 토의가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합리적 제도와 룰의 설계 및 운영이야말로 정부가 역량을 쏟아야 할 부분이다. 정치 양극화와 이념전쟁은 디지털 자산 정책 수립에서 더욱 배격되어야 한다. 철저히 합리적 실용주의로 접근해야 할 영역이기 때문이다. 산업적 측면을 바라보는 진흥과 규제의 조화적 운용에 지혜를 발휘하는 정부의 역할이 긴요하다. 

 

아울러 시장은 합리적 행동양식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시장참가자 스스로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을 만들고 확립해 나가려는 자세가 요망된다. 블록체인기술 등 혁신의 유인을 살리고 주류 금융의 문제 등을 보완한다는 당초의 취지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일률적 원리(one-size-fits-all doctrine)는 날로 진화하는 생물체와 같은 금융 현실에서 일거에 찾기란 어렵다. 정부와 시장이 상호 노력과 협력을 통해 디지털 자산의 밝은 미래를 기할 수 있는 룰들을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더 세월이 흐른 2030년 즈음에는 2024년이 디지털 자산의 원년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

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 논설위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