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 거부···중앙은행 총재의 정치경제학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2025-07-31 10:30:38
트럼프 해임 압박, 그림자 의장 위협 속 파월 7월도 금리인하 거부
정치세력 요구 아닌 내생적 질서 작동하는 독립적 중앙은행 모습
불편부당 공공이익, 사회 복리 추구에 통화정책 필연성과 필수성
정치 거버넌스 취약할수록 중앙은행 총재의 정치경제 철학 중요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를 이번에도 거부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고강도 금리인하 압박에도 7월 30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 결정에서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있는 핵심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 압력이다. 교역 대상국과의 협상 여부에 따라 8월 1일부터 거의 50%까지 부과될 수 있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당분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 1%포인트 금리를 인하했던 연준은 트럼프가 취임한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5연속 금리를 동결해 왔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줄곧 금리인하를 요구해 왔다. 파월 의장은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보다 신중한 정책 조정이 타당하며 만약 관세 문제가 없었다면 연준은 이미 금리인하를 단행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고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적일 가능성을 7월 정책 결정에서 언급했다.
 

▲ 제롬 파월(오른쪽)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연준 건물 개보수 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건넨 공사 비용 관련 문서를 읽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 면전에서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AP 뉴시스]

 

트럼프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있는 파월 의장을 해임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중앙은행과 같은 독립적 행정기관(independent administrative agency)의 법적 위상이자 본질이다. 대통령의 직접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 행정기관을 창설하는 이유는 정치 거버넌스의 취약성에도 흔들리지 않고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공공이익과 사회복리(social welfare)를 추구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독립적 행정기관의 개념 형성은 역사적으로 대공황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기에 추진한 뉴딜정책에 비협조적이었던 반독점(anti-trust) 규제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 의장을 해임하려고 시도하면서 다음과 같은 편지를 의장에게 보냈다. '귀하의 마음과 나의 마음은 연방거래위원회의 정책이나 행정에서 서로 맞지 않는다고 느끼며 솔직히 귀하가 사임하여 내가 완전한 확신을 갖는 것이 국민을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하오.' 90여년 전의 루스벨트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또한 파월을 해임하기 위한 편지의 초안을 최근 준비했다는 타임스(The Times) 보도가 있었다. 트럼프는 이를 부인했다.

루스벨트의 편지를 받고도 의장은 사임을 거절했고 1935년 미 연방대법원은 배임(malfeasance) 등 법률이 정한 사유가 아니면 의장을 해임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Humphrey's Executor v. United States, 295 U.S. 602). 이 판례를 통해 정립된 독립적 행정기관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은 대통령이 동 기관의 장을 해임하는 데는 '타당한 사유(good cause)'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루스벨트는 법률이 정한 '타당한 사유'가 아닌 정책 방향의 변화를 위해 의장을 해임하려고 했지만 최고 법원은 법률이 정한 '타당한 사유'는 대통령의 해임 권한에 대한 합헌적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파월에 대한 트럼프의 압박은 '루스벨트의 편지'를 시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의 내년 임기가 끝나기 훨씬 전에 후임자를 지명하는 이른바 '그림자 연준 의장(shadow Fed chair)'을 트럼프가 구상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 후임자는 트럼프의 선호를 반영하는 인물일 것이며 미리 지명되면 파월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러한 '그림자 연준 의장' 구상에 대해 연준의 독립성을 깎아내릴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높았고 미 달러화 하락 등 즉각적 시장의 반응 또한 부정적이었다.

트럼프는 지난주 급기야 연준을 방문해 25억 달러 규모의 연준 본부 건물 개보수 계획까지 거론하며 소요되는 비용이 과다하지 않은지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파월을 해임하려는 구실로 삼으려고 한 것이다. 연준 이사를 역임한 후 현재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로 있는 다니엘 타룰로는 연준 의장의 해임 가능 여부를 알 수 있게 하는 '타당한 사유'를 말해주는 기존 판례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말했다. '타당한 사유'의 정확한 기준이 무엇인지 실제로 살펴볼 수 있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타룰로는 대통령이 배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임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든 누군가를 해임할 수 있다고 말하는 논리와 다름없다고 했다.

중앙은행과 같은 독립적 행정기관은 특정한 정치세력 등 외생적(exogenous) 요인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반영하는 단순한 거울 이미지(mirror image)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다. 스스로의 내생적(endogenous) 질서가 작동하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며 그 자체로서 정치적 행위자(political actors)가 되는 정치제도(political institutions)라 할 수 있다. 이는 통화정책을 포함한 공공정책(public policy)의 사회적 필연성과 공공정책 전문가의 필수성 및 독립적 역할의 긴요함을 말해준다.

파월은 7월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서 본인의 임기를 마치고 후임 연준 의장이 취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완전히 비정치적인 방식으로(in a completely non-political way)'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중앙은행이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고 불편부당함을 유지하라는 메시지를 후임자에게 던진 것이다. 이는 대통령에게 던진 일종의 경고 메시지였다고도 볼 수 있다. 파월은 그의 후임자가 대통령의 비꼬는 말이나 확장주의자(expansionist) 경제 구상이 아닌 경제 상황에 초점을 두기를 바라는 열망을 표현했다.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트럼프의 해임 압박과 그림자 연준 의장 등 여러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는 파월의 행동철학은 정치세력의 요구라는 외생적 요인이 아닌 내생적 질서가 작동하는 정치제도로서의 역할을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할 당위성을 보여준다. 불편부당하게 공공이익과 사회 복리를 추구하는 데 통화정책의 필연성과 통화정책 결정자의 필수성이 있음을 새삼 일깨워 준다. 중앙은행 총재 직(職)은 내생적 질서가 작동하는 정치제도로서의 독립적 중앙은행 역할에 관한 성찰을 일상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고뇌의 자리이다. 정치 거버넌스가 취약할수록 중앙은행 총재의 통찰력 있는 정치경제 철학, 정치경제학이 중요한 이유다.

 

▲ 조홍균 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현재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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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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