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상권 "윤 대통령과 뉴라이트, 헌법 정신 부정"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 2024-08-30 10:28:04
한국사 연구자이자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
"광복 의미 인정 않는 뉴라이트…독립운동 부정 논리"
"일제 때 日 국적? 조선인은 무국적‧비국민 상태였다"
"日에 책임 안 묻는 정부…시발점은 작년 3·1절 기념사"

역사관 논란을 부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1945년 광복을 인정하느냐"는 야당 의원 물음에 답변을 거부했다. 김 관장은 광복회에서 뉴라이트로 지목한 인사다. 현 정부 들어 독립기념관만이 아니라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역사 관련 기관에 뉴라이트 내지 극우 성향 인사가 잇달아 배치돼 반발을 사고 있다.


KPI뉴스는 한상권 덕성여대 명예교수에게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한 명예교수는 한국사를 평생 연구한 역사학자로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 등을 지냈고 현재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는 29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있는 한 명예교수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상권 덕성여대 명예교수가 29일 서울 종로 연구실에서 K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ㅡ독립기념관장이 26일 보인 모습, 어떻게 보나.

"이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일제 강점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크게 3가지 입장이 있다. 첫 번째, 일제 통치는 합법적이고 정당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주장이다. 일본 우익은 더 나아가 식민 지배를 통해 한국에 도움을 줬다는 주장까지 한다. 두 번째, 일제 통치는 합법적이지만 부당했다는 것이다. 1995년 무라야마 총리가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가 그런 입장이다. 가혹한 식민 지배에 대해 도덕적으로 반성하지만, 법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얘기는 안 한다. 세 번째는 일제의 침략과 지배가 불법이고 무효라는 것이다. 2010년에 발표된 한일 지식인 1000인 선언에 이런 입장이 담겼다.


뉴라이트는 일본 우익 논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친일을 정당화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내세워 친일 인사를 근대화의 선구자, 건국의 공로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논리 구조 속에서 독립운동은 정당한 국가에 맞서 내란죄를 범한 게 된다. 그러니 1945년 광복의 의미를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겠나."

ㅡ광복의 원동력에 대한 견해 차이와도 관련 있어 보인다.

"뉴라이트는 독립은 우리 힘으로 한 게 아니라고 본다. 연합국이 준 선물이라는 것이다. 그게 대전제인데,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논리라고 볼 수 있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연합국의 힘을 인정하면서도 독립운동이 한 역할과 기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ㅡ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일제 강점기에 선조 국적이 일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게 상식 아니냐고 하던데, 무식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헌법은 국민의 권리 장전인데, 식민지 조선은 일본 헌법이 적용되는 지역이 아니었다. 조선인은 무국적·비국민 상태였다. 손기정의 올림픽 출전 같은 경우에만 일본인이라고 해줬을 뿐 기본적으로 조선인에게 국적을 안 줬다. 일제 강점기 말에 조선인을 징병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국적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지만 끝까지 안 줬다.

1943년 미·영·중이 발표한 카이로 선언을 보면 '한국 인민의 노예 상태'라는 표현을 쓰면서 한국 독립을 약속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이 국적과 권리를 갖고 정상적인 국가에서 살았던 것처럼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다."

ㅡ현 정부 출범 후 강제동원 피해 제3자 변제 등 역사 논란을 초래한 사건이 계속 발생했다. 잇단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 기용도 같은 흐름 아닌가 싶다.


"윤석열 대통령의 작년 3·1절 기념사가 시발점이었다고 본다. 충격을 받았다.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은 없는 그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3가지 중요한 얘기를 했다.

하나는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나라를 뺏겼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라는 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이 독립을 외친 선열들의 정신과 다르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다 우리 잘못이고 제대로 성찰하지 않는 일본이 우리 동반자'라는 게 독립운동 정신이다, 이 얘기 아닌가. 상상도 못한 내용의 기념사였다. 역사학자로서 이건 헌법의 뿌리인 3·1절을 능멸하고 헌법 정신의 핵심인 3·1운동을 사실상 부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제3자 변제 방안이 발표됐다. 한마디로 일본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3·1절 기념사에서 파생된 역사에 대한 이러한 노선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점점 확대되고 그 노선에 따라 일할 사람들을 각 기관에 배치하면서 더 구체화되고 있다고 본다."

 

▲ 한상권 덕성여대 명예교수. [이상훈 선임기자]

 

ㅡ뉴라이트가 득세하면서 박근혜 정부 때 역사 교과서 파동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보훈부 산하 독립운동훈격국민공감위에도 뉴라이트 인사가 다수 있다.

"교과서 건이든 서훈 건이든 권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건 전부 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역사라는 건 국민적 공감대 없이 권력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교과서를 바꾸려면 전문성 있는 학자들이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뉴라이트 쪽이 가장 취약한 지점이 바로 그 부분이다."

ㅡ뉴라이트 인사들은 '이승만 띄우기' 작업의 주역으로도 꼽힌다. 그 일환인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윤 대통령은 기부금을 냈다.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행보 아닌가.

"어긋나는 것 맞다. 이승만은 1960년 4월혁명으로 쫓겨난 독재자 아닌가. 뉴라이트가 그런 이승만의 기념관 건립에 앞장서는 것은 4월혁명을 부정하는 것이고 '건국절' 운운하는 것은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것이다. 헌법 전문에 명시된 3·1운동, 임시정부 법통, 4·19 이념이 현 정부 들어 사실상 모두 부정되고 있는 셈이다.


지어야 할 것은 이승만기념관이 아니라 4월혁명역사관이다. 4월혁명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안일 뿐 아니라 그 기록물이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4월혁명의 보편사적 의미는 물론 4·19 계승을 명시한 헌법 정신도 함께 알릴 수 있는 역사관을 건립해야 한다."

 

KPI뉴스 /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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