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사도광산' 아시오광산·구로베댐 연구 논문 '0'…부실 대응 예고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 2024-12-03 11:32:55
일본 차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유력 후보
등재 제안서에 조선인 강제 동원 누락돼
'사도광산 때보다 대응하기 힘들 것' 우려
국가 차원의 자료 축적·연구자 양성 절실

한국 측이 불참한 가운데 지난달 24일 일본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이 논란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동원에 대한 반성도, 사실 언급도 빠진 행사였기 때문이다.


비슷한 논란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2007년 사도광산을 포함해 근대화 산업 유산군으로 발표한 66개에 대해 잇달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대상으로 아시오광산과 구로베댐이 거론되는데, '제2사도광산 추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 지난달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일본 측과 별도로 한국 측이 거행한 '사도광산 강제 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아시오광산은 도치기현에 있던 구리 광산이다. 한때 일본 최대 산출량을 자랑했으나 1973년 폐광됐다. 대규모 공해 문제 발생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시오 광독(鑛毒) 사건으로 불리는 이 환경 재해는 일본의 웬만한 중고교 교과서에 다 기술될 정도로 유명하다.

일본 후생성 자료에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2416명이 이곳에 동원돼 4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사망자가 더 많다는 의견도 있다. 현지를 300번 넘게 다니며 조사했다는 재일 한국인 고 손대용 씨는 조선인 광부와 그 가족이 7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구로베댐은 도야마현에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아치형 댐이다. 1924년부터 1963년까지 4개의 댐이 건설됐다. 조선인은 1936~1940년 진행된 제3댐 공사에 주로 동원됐다. 정확한 인원은 파악되지 않으나 1000명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댐 공사는 고열의 온천 지대가 자리한 험준한 지형에서 진행된 난공사였다. 특히 제3댐 공사에선 희생자가 200명이 넘는다고 얘기될 정도였다. 그중 상당수는 조선인이었음이 현지 신문의 당시 보도 등을 통해 확인된다. 하지만 조선인 사망자 총수는 불분명하다.

아시오광산과 구로베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3단계 중 1단계에 해당하는 '세계유산 예비 잠정일람표 후보자산'에 이름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그런데 등재 제안서에 조선인 강제 동원 사실은 언급조차 돼 있지 않다.

학계에서는 일본이 이 두 곳의 등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사도광산 때보다 대응하기 훨씬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두 곳의 조선인 강제 동원에 대한 한국 측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는 3일 "환경 문제가 심각한 아시오광산보다는 환경 친화적인 구로베댐의 등재 가능성이 더 높다"며 "그런데 한국인 연구자도, 연구 논문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러 학술 논문 사이트에선 두 곳의 강제 동원에 대해 한국인이 쓴 연구 논문은 찾아볼 수 없다. 역사학자가 쓴 글이 1편 있긴 한데, 연구 논문이 아니라 2002년 아시오광산 자리를 답사한 기록이다.


구로베댐의 경우 지난해 단행본이 1권 번역·출시됐다. 일본 여성 작가 3명이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1992년에 출간한 '구로베 저편의 목소리'라는 책이다. 32년 전 일본에서 나온 이 책의 번역본 외에는 구로베댐 강제 동원에 대한 변변한 연구 자료 하나 없는 실정이다.

연구자가 없는 현실은 지난달 19일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한 '일본 근대 산업 유산 국제 학술 회의'에서도 잘 드러난다. 회의에 참석한 아시오광산 발표자도, 구로베댐 발표자도 그간 강제 동원과는 거리가 먼 주제를 연구해온 학자들이었다.

 

▲ 구로베댐. [일본정부관광국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연구 자료 축적, 연구자 양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일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15년 위원회 활동 종료 후 강제 동원 문제와 관련해 국가 차원의 유기적 대응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다.


국회에는 위원회를 되살리기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의원 40명이 참여한 이 법안은 위원회 존속 기간을 기본 10년으로 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 연장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국외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강제 동원 피해를 겪은 사람과 그 유족까지 지원하는 내용도 있다.

역사 왜곡에 대응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 관계자는 "일본은 계속 자기들 경로대로 세계유산 등재를 시도하는데 우리는 대응 논리 준비도,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판판이 지고 있다"며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대응할 주체가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위원회 의미를 설명했다.

일본 현지의 양심 세력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아시오광산과 구로베댐의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되면 사도광산 때처럼 일본 시민 단체인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와 공동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는 위원회 활동을 지원하고자 2005년 일본 각지 시민들이 참여해 결성한 단체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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