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카이로의 붉은 장미'와 금리의 향방

UPI뉴스 / 2023-12-11 10:04:34
통화정책, 금리인상 일변도에서 숨고르기…중립금리(R-스타), 금리향방 안내 항해자 별
'카이로의 붉은 장미' 비유 이상적 존재···정확히 찾는 건 신의 영역이나 의미 큰 시점
최근 美연준, IMF 등 중립금리 추정 노력···이상 추구하는 현실주의자 성찰 계속 필요

뉴욕 출신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1985년 작품 '카이로의 붉은 장미(The Purple Rose of Cairo)'는 영화 속의 영화로 짜여져 있고 현실과 가상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토리다. 영화 관람이 삶에서 의미가 큰 영화 속 주인공 세실리아는 똑같은 제목의 영화 속 영화인 '카이로의 붉은 장미'를 관람한다. 영화 속 영화의 주인공 고고학자 톰 백스터는 고대 이집트의 전설로 여겨지는 이상적 존재 '카이로의 붉은 장미'를 찾으러 모험을 떠난다. 세실리아가 영화를 관람하는 도중 톰 백스터가 스크린 밖으로 나와 세실리아에게 다가오게 되고 급기야는 세실리아와 함께 스크린 속의 세계로 들어가기까지 한다. 종국에는 세실리아가 스크린의 세계에서 나와 다시 현실 세계의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데서 삶의 의미를 찾는 장면으로 스토리가 마무리된다.

주요국 통화정책이 그동안의 금리 인상 일변도로 이어진 사이클에서 점차 벗어나 이제 숨을 고르며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향후 금리가 어느 수준으로 향할지를 내다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애쓰고 있는 시점이다. 크게 소용돌이를 치며 선회한 바 있는 미국 장기 국채 금리의 높은 변동성은 금리의 향방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신경이 그만큼 날카로워져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중앙은행 또한 안개 없는 청명한 시야에서 금리의 방향타를 쥐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구름이 낀 하늘 아래에서 별(star)을 보며 항해하고 있다는 비유를 했다. 여기서 별이란 어떤 존재일까. 시장경제의 항해자 모두가 찾으려고 노력하는 이상적인 수준의 금리를 별에 비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를 중립금리(neutral/natural rate of interest) 또는 R-스타(R-star, R*)로 표현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일시적인 충격이 일단 물러간 지금의 상황에서 경제를 과도히 띄우지도 누르지도 않는 금리를 말한다.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을 부추기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균형 상태에서의 금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 세계에서 실제 형성되어 관찰될 수 있는 금리가 아니며 사람들이 찾기 위하여 노력하는 이상적 금리이다. '카이로의 붉은 장미'와 같이 실존하는 장미가 아닌 전설 속에서 전해오는 장미이며 그야말로 이상적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R-스타를 정확히 찾는다는 것은 거의 신의 영역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카이로의 붉은 장미'에서 보듯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 세계에 해당하는 영화 속 영화와 같은 영역에 있는 존재라고도 하겠다.

현실 속의 금리는 실존하며 관찰 가능하지만 중립금리인 R-스타는 가상의 관념 속에서 경제적 가정들과 모델 속에서 존재하고 있어 관찰할 수도 없으며 찾으려고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세실리아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오가며 이상적인 그 무엇을 찾으려 노력하는 과정은 이상적 존재인 중립금리를 찾으러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시장과 중앙은행의 노력에도 비유된다고 볼 수 있을 법하다.

주인공이 종국에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예의 그 모습과 자세로 영화 속 영화 스크린을 주시하는 마지막 장면은 쉽지 않은 과제임에도 단념하지 않고 계속해서 중립금리를 찾으며 모색하고자 하는 이 시대 현실주의자 이코노미스트의 고뇌와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뉴욕 연준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지난 20여 년간 중립금리를 추정하는 데 힘써온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중단했던 중립금리 추정 작업을 최근 다시 계속하면서 팬데믹 이전에 비해 중립금리가 높아졌다는 증거를 찾지는 못했지만 향후 움직임을 확실히 단언하기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리치몬드 연준은 중립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4월 약 2.2%에서 2010년 4월 약 0.8%로 하락했다가 2023년 4월에는 중간값 기준 2.3%(다만 하한은 1.4%이며 상한은 3.6%)로 추정되었다고 했다. 리치몬드 연준의 이러한 최근 추정에 대해서는 금요일 저녁에 피자가 오후 6시에서 11시 사이 언젠가 도착한다는 안내와 다름없는 유용성을 지닌다는 논평도 있을 정도로 중립금리 추정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론적 접근방법에 보다 중점을 두면서 장기적으로 인구구조 변화, 생산성 변화, 재정정책 등이 저축과 투자 간의 균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중립금리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언급했다. 장기간에 걸친 비교분석의 한 예로서 1975~79년과 2015~19년 사이에 인구구조 변화와 미약한 생산성 향상이 미국의 중립금리를 각각 0.5%포인트, 1.23%포인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했다.

'카이로의 붉은 장미'에서 영화의 주인공이 이상적인 무엇을 찾기 위해 영화 속 영화로 들어가고 나오며 현실과 가상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토리는 신의 영역에 가까운 중립금리를 찾으러 추정 모델과 이론을 개발하며 이를 현실 세계에 접목하기 위해 시공을 넘나드는 듯 연구에 매진하는 이코노미스트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말해주는 듯하다.

각국이 당면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 4차산업혁명, 생산성 변화, 인구구조 변화, 재정 동학(fiscal dynamics), 지정학적 위험 등 다양한 요소들이 시장경제와 금리 등에 영향을 미치며 상호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새로운 중립금리, 새로운 R-스타를 탐구하고 발견하며 이에 따라 합리적인 행동을 모색하고 조율해 나가는 과정은 구름 낀 밤하늘의 별을 보며 항해하는 시장경제의 항해자들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책무라 하겠다.

'카이로의 붉은 장미' 마지막 장면에서도 비유적으로 보듯이 이상을 추구하는 현실주의자 이코노미스트의 성찰과 노력이 계속 필요하고 그 의미 또한 크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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