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청 과장의 남편이 '250억 먹튀' 합천 사업체 본부장 된 까닭

박동욱 기자 / 2023-06-29 16:50:54
김기경, 그룹 본사 양산지역 두고 민선 8기때 집중 로비 정황 드러나
친분 관계 양산시청 과장 남편, 작년말부터 잠적 직전까지 합천 근무
양산시청 과장 "나도 피해자"…남편 합천 근무 경위에 대해서는 함구
'합천 250억 먹튀 사건'의 주범 김기경(57) 모브그룹 의장이 경남 양산에 본사 사무실을 두고 이곳저곳 각종 로비를 벌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UPI뉴스 2023년 6월 9일자 '합천 250억 먹튀 주범 김기경 양산에 로비 의혹'), 양산시청의 중간간부 남편이 합천 현지 사업장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 숨어지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김기경 의장에 대한 경찰의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어, 향후 그의 사기 행각에 놀아난 지역 공무원들의 갖가지 유착 의혹에 대한 베일이 벗겨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양산시 웅상대로에 있는 모브아트센터. 김기경 모브그룹 의장은 이 건물을 그룹 본사 사무실로 이용해 왔다. [박동욱 기자]

29일 UPI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합천 출신인 김기경은 대기업 플랜트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께부터 양산시 웅상 주진동 4층 건물(토암빌딩)을 거점으로 삼아 블룸엑스네트워크코리아라는 법인을 세워 사업 확장을 도모했다. 

블룸엑스네트워크코리아는 'BXNK'(비엑스엔케이), 블러썸엠앤씨 등 여러 회사명으로 자회사를 늘렸는데, 이들 법인의 사업장이 '양산 주진동 건물'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기경은 지난해 2월 양산에 아트 플랫폼 '모브'(MOV)를 설립하고, 홍콩 출신 가수이자 배우 진추하(65)와 함께 '모브아시아'를 만든 뒤 글로벌 셀럽을 앞세워 이들 자회사를 묶어 '모브그룹'으로 홍보해 왔다.

지난 2021년 9월 합천군과 협약을 맺은 합천 영상테마파크 호텔 시행사 '합천관광개발유한회사'의 이름이 지난해 '모브호텔앤리조트'로 바뀐 것도 그룹 CI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자신이 '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을 주위에 거리낌 없이 밝히면서 사업가 파트너와 자신의 친동생을 법인 대표에 앉힌 김기경은 합천 호텔 사업을 따낸 실적을 앞세워 본사가 있는 양산지역에서 꾸준히 대형 사업을 따내기 위한 물밑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천과 양산지역 복수의 공무원에 따르면 김기경은 민선 8기 시기에 자신과 같은 대학 출신인 합천군청 고위 간부의 소개로 양산시청 과장급 공무원 A 씨와 친분을 쌓으며, 양산지역 인맥을 넓혀왔다.

A 씨를 연결고리로 김기경을 알게 된 양산시청 중간 간부급 몇몇은 지난해 9월 개최된 합천 영상테마파크호텔 착공식에 참석하는가하면 10월께는 서울에서 열린 김기경의 결혼식에도 모습을 나타내며 우의를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경과 양산시청 일부 간부들간의 빗나간 교류 속에 양산시청 A 과장의 남편 B 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 김기경의 잠적 이전까지 모브그룹의 본부장이란 직함으로 합천지역에서 근무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김기경의 잠적 이후 회사 청산 절차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모브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B 씨는 지난해 말부터 3월 회사 구조조정 때까지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요한 업무를 맡지는 않았으며, 김기경의 아내 명의로 세운 회사에 소속돼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양산시청 A 과장은 이 같은 여러 의혹에 대해 "저도 피해자다. 부끄러운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며 기자와 더 이상의 대화를 회피했다.

한편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7일 합천군청 관광진흥과와 양산 모브그룹 본사 건물 등 11개 사무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업무상 배임 및 횡령)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합천군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뒤 법무부에 김기경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현재 김기경은 국내 모처에 숨어지내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 합천 '250억 먹튀' 사태?

모브호텔앤리조트는 지난 2021년 9월 합천군과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호텔 조성사업 협약을 맺었다. 합천영상테마파크 1607㎡ 부지에 민간자본 590억 원을 들여 전체 면적 7336㎡, 7층·객실 200개 규모의 호텔을 짓는 게 이 사업의 골자다.

합천군은 호텔 건립에 필요한 토지를 무상 제공하고 시행사는 호텔을 지어 군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20년 간 호텔 운영권을 갖기로 했다. 시행사가 40억 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사업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550억 원을 대출받았다. 여기에 합천군은 손해배상을 떠맡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3월 시행사 측이 자재비 급등 등을 이유로 합천군에 사업비 150억 원 증액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합천군이 시행사 사업비 집행내역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면서 일부 공정에서 설계비 부풀리기 등 과다 지출이 확인됐다.합천군은 김기경 의장에 계속 연락을 했지만, 지난 4월 19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군은 6월 1일 시행사 측에 실시협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선기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상급기관에 감사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250억 원에 대한 업무상횡령·배임 혐의로 김 의장과 시행사 이사 3명 등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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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욱 /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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