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흔들리는 미국 은행···구시대 규제가 위기의 원천

UPI뉴스 / 2023-05-15 11:25:48
미국 은행 위기, 금융안정에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
금융감독 반성과 규제 움직임···유효하지 않은 과거 규제 직시해야
디지털 패권시대···금융시장과 소셜미디어 연계 분석 대응 긴요
과거 데이터··감독규정이 위기 원천···금융규제 신선한 변화 기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3월 이후 전개된 미국 은행 위기가 인플레이션 지속 및 통화긴축, 미중 긴장관계와 함께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3대 리스크로 새롭게 등장했음을 밝혔다. 

연준의 5월 통화정책 결정에서도 인플레이션 상황과 은행 위기 우려가 반영됐다. 지난 10여년 다소 느슨했던 금융감독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규제당국의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에 대응한 예금전액보호 결정과 관련하여 두 은행의 비보험예금(uninsured deposits) 보호비용방안을 지난주 발표했다. 두 은행 파산비용중 약 158억 달러가 비보험예금 보호용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113개 대형은행에 추가 보험료를 8개 분기에 걸쳐 징수해 충당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에 앞서 예금보호한도(현재 25만 달러) 상향 조정 가능성을 포함한 예금보험제도 개혁 방안도 발표되었다.

비보험예금 규모가 커지면서 뱅크런 리스크가 증가했고 이는 금번 미국 은행 위기의 원인으로도 작용했음을 고려할 때 위기 방지를 위한 규제당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일응 필요해보인다.

은행가들은 평상시에는 자유시장경제의 일반 비즈니스맨처럼 행동하지만 막상 위기가 닥치면 정부에 기대고, 정부는 거의 예외 없이 은행 위기 해결에 앞장서 왔다. 국민경제에서 은행의 필수적 역할과 은행 위기의 파급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금번 미국 은행 위기 대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위기 대응 과정에서는 어김없이 규제 변화가 뒤따랐다. 도드-프랭크법 제정을 가져온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랬고 글래스-스티걸법 제정을 가져온 대공황이 그랬다. 아직 진행 중인 미국 은행 위기는 어떠한 규제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몇 가지 제도 및 정책 포인트를 짚어보자.

먼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과거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연준의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지난 1년간 통화정책의 급격한 긴축 선회에 따른 금리 상승기를 지나오면서도 금리의 변동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 리스크에 초점을 두었던 스트레스 테스트의 유산으로 볼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서 초래된 신용경색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이었기에 과거의 금융규제가 신용 리스크에 몰두했던 것이다.

아울러 리스크 관리 규제에 대한 재인식의 필요성이다. 금번 미국 은행 위기의 아킬레스건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안전하다고 간주한 장기국채였다. 은행들이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으며 바젤 Ⅲ 등 자기자본규제 면에서도 유리한 장기국채를 보유하도록 조장하는 유인은 규제시스템 곳곳에 내재되어 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이 기업대출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했고 높은 신용평가등급까지 보유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음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리스크 관리 규제에 다시 실패하고 있음을 금번 은행 위기가 여실히 보여준다.

SNS 등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 금융은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규제당국에게 보다 획기적이고 포괄적인 접근방법을 요구한다. 중앙은행과 금융감독의 선제적 협력이 긴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트윗 하나에 뱅크런이 야기될 수 있는 미디어와 디지털 패권의 시대에는 금융시장과 소셜 미디어를 연계하여 금융상황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판단할 수 있는 전문기구(apparatus)의 설립까지도 고려해볼 법하다.

금번 미국 은행 위기를 통해 규제 철학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초스피드로 변화하는 시장과 금융환경은 규제가 과거에 머물러 있을 때 위기를 불러옴을 실증적, 실체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의 규제 철학으로 측정되고 입안된 수많은 데이터와 리포트 및 감독규정이야말로 오히려 위기의 원천이다. 

금번 은행 위기를 다시 낭비하지 않고(Don't waste crisis again) 신선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금융규제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한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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