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외국근로자 대신 떠돌이 손님 대부분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울산 울주군 언양알프스시장의 '567식당'이 올해에도 변함 없이 설 연휴 나흘 동안 타향살이 나그네에 푸짐한 음식을 공짜로 내놨다.
옛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상가에 자리잡은 '567식당'은 매년 설 연휴에 떡국을 대접하는 봉사활동을 펼치는 음식점으로 이름나 있다.
이번 설 연휴에도 식당 5개의 식탁에는 혼밥 또는 짝 지은 손님들이 한 자리씩 차지, 황태와 멸치를 고아 우려낸 진한 육수 국물에다 고명이 잔뜩 얹힌 떡국으로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랬다. 지난 22일 설날에는 50여 명이 이 식당의 훈훈한 정을 맛봤다.
이 가게를 지난 2016년부터 운영하는 육한순(64) 씨는 개업 이후 한해도 빠지지 않고 설이나 추석 등 명절마다 제철 음식을 정성스레 마련, 고객들에게 베풀고 있다.
개업 이후 하루도 가게 문을 닫지 않을 정도로 악착같이 생계를 꾸려온 그녀가 명절 음식 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영국에 유학 보낸 아들을 그리워하면서다.
지난 10년간 적지 않은 돈을 학비로 보냈다는 육 씨는 머나먼 나라에서 홀로 힘들게 미래를 일궈가는 아들을 생각하니, 명절때 나그네 손님에 떡국 한 그릇이나마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어머니로부터 요리 손맛을 이어받았다는 육 씨의 가게는 시장통 요리집으로 입소문나면서, 낮에는 맛집으로 저녁에는 술꾼들의 대포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3년 전 이맘때부터 손님 층은 크게 달라졌다.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이 넘쳐나던 언양지역에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명절 음식 봉사날 가게 식탁은 근로자 아닌 나그네 손님으로 채워진다.
육 씨는 "코로나19 이전에 설 연휴에 떡국을 드시려 오시는 분들이 하루에 100명이나 됐는데, 이제는 추억거리"라며 "올해에는 가게를 접고 자신만의 시간을 찾으려고 생각하고 있지만, 힘든 시절 꾸준히 가게를 찾아준 손님들과 어떻게 작별해야 할지가 큰 걱정"이라고 전했다.
KPI뉴스 / 최재호 기자 choijh199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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