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외풍도 오너쉽 부족한 KT에겐 부담
구 대표 디지코 사업 성과는 연임 지지 명분 입증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에 도전한다. 구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 8일 이사회에 대표이사 연임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12년만에 선임된 'KT 출신 CEO'라는 명성에 걸맞게 구 대표에 대한 지지는 견고하다. 대표 재임 중 성과도 좋아 KT 내부적으로는 연임을 지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건과 정치권의 외풍 등 그가 넘어야 할 산은 높다. 내부 성과 못지 않게 구 대표에겐 바깥의 난제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됐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문제…시민단체 반발
가장 큰 문제는 구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건이다. 이는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KT 전·현직 직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현금화했고 이를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했다. 구 대표도 같은 혐의로 1천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KT는 검찰 약식기소 때 재판부가 벌금형(금고형 이하)을 선고했고 △ 구 대표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며 △ 정치자금법 위반은 '16년에 이뤄져 대표이사 임기(취임) 전의 사안이라며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KT는 정치자금법 관련 재판은 대표이사 사임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구 대표의 연임 도전이 공식화하자마자 경제개혁연대는 8일 논평으로 연임 반대 입장을 냈다. 이른바 '쪼개기 후원'으로 재판 중인 사람이 KT 대표를 다시 맡는다는 게 부적절하다는 이유다. 경제개혁연대는 "(구 대표가) 스스로 연임을 포기하는 것이 회사와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주장한다.
참여연대도 구 대표의 연임 도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사법리스크의 피해가 명확한 마당에 구 대표가 반성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참여연대 이미현 간사는 9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KT를 조사했고 KT도 올해 초 350만 달러의 과태료와 280만 달러의 추징금을 내기로 합의하며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며 "(구 대표 연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KT새노조 이호계 사무국장도 "굳이 사법리스크가 있는 사람이 대표를 연임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만일 이사회가 구 대표의 연임을 수락하면 사법리스크를 다시 공론화하고 KT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내도록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KT 지분의 10.77%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 국민연금은 박종욱 KT 각자 대표(사장)를 사내이사에 재선임하는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정권 바뀔 때마다 CEO들 수난…외풍도 부담
정치권의 외풍도 부담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는 대표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선례가 있다. 올해도 정권이 바뀐 첫 해에 대표 교체 이슈가 맞물려 KT로서는 이런저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구 대표라고 교체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1981년에 출범한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기업으로서는 취약한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다. 국민연금이 20년 동안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7.79%, 신한은행·신한생명보험·신한투자증권이 5.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딱히 주인을 지칭하기 어려운 구조다.
오너쉽 없이 국민기업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KT 대표의 자리는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CEO를 역임했던 남중수 사장과 이석채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정권 교체기를 맞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다 물러났다.
남 사장은 2005년 대표를 시작한 후 2008년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뇌물수수 사건에 휘말려 그해 사임했다.
이듬해 후임 대표를 맞은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채용비리 의혹과 뇌물공여 혐의로 2013년 불명예 퇴진했다.
2014년 KT 대표로 취임한 황창규 전 회장은 2020년 주총때까지 연임 임기는 무사히 마쳤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정치후원금 등 여러 이유로 수사를 받았다.
정통 KT맨의 연임, 타당한 명분 실적으로 입증
구현모 대표는 1987년부터 35년간 재직 중인 정통 KT맨이다. '낙하산' 의혹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이는 정권 교체 때마다 외풍에 시달려온 KT 직원들에게 구 대표의 연임을 지지할 타당한 명분이 된다.
2020년 3월 취임 후 구 대표가 추진해 온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 전환'이 좋은 성과를 낸 것도 KT 내부적으로 연임을 지지할 좋은 배경이다. 구 대표는 유무선 통신과 일반 소비자 대상(B2C)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비(非) 통신과 기업용(B2B) 신사업을 적극 육성해왔다.
올해 3분기 실적은 구 대표가 추진한 변화 노력이 수치와 성과로 입증된 사례다. KT는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 1조5387억원을 달성했다.
여전히 통신과 일반 소비자 사업이 매출의 중심이지만 구 대표 취임 이후 적극 추진해 온 비통신 분야와 기업용 사업은 미래 실적을 견인할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2년 동안 통신 분야 매출이 2.5% 증가하는 동안 디지코 매출은 20.1% 성장했다. B2B 매출도 디지코 사업은 21.9% 늘었다.
KT의 한 관계자는 "재계 12위인 거대 기업이 3년마다 대표가 바뀌며 흔들리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구 대표의 성과는 실적과 성과 여러면에서 수치적으로도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KT이사회, 12월 중 연임 수락 여부 결정
구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KT 이사회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우선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사회가 연임을 수락하면 구 대표는 KT의 차기 대표 후보로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 절차를 밟는다. 만일 이사회가 거부하면 KT는 CEO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 인선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구 대표의 임기는 2020년 3월부터 내년 3월 주총까지다.
KT 정관에 따라 이사회는 지배구조위원회를 거쳐 대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차기 대표 인선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구 대표가 이사회에서 거부될 경우엔 12월부터 새로운 후보 탐색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구 대표 연임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은 12월 중 발표될 전망이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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