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여행도! 계곡도! 경기도] ③가평 어비계곡(漁飛溪谷)

정재수 / 2022-08-05 06:40:07
유명산·어비산 자락의 색다른 가평 명품 '어비계곡'
인공폭포와 20m 높이 분수, 맑은 계곡의 하모니 '어비공원'
겨울의 빙벽도 진풍경…푸른 초원 양떼까지 하루여행 제격
민선 8기 경기도 가평군의 슬로건은 '힐링과 행복, 하나되는 가평군입니다'이다. 산 높고 물 맑기로 소문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잘 담은 표현이다. 

▲ 어비공원 계곡 바닥에서 물을 뿜는 분수대. 주변의 맑디 맑은 계곡물, 숲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정재수 기자]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1468m의 화악산과 1267m의 명지산, 1068m의 연인산 등 1000m 이상 고봉들이 빼곡하다. 높은 산이 많은 만큼 숲이 울창하고 계곡 또한 깊을 수밖에 없다. 계곡다운 계곡이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7월의 마지막 날이자 일요일인 31일 찾은 설악면 어비계곡이 그런 계곡이었다. 울창한 숲속 물살에 깎여 유선형으로 변한 바위를 따라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는 물결이 하얗게 부서지며 반짝이는 햇살이 반사되는 모습은 한 마디로 '힐링'이다.

바위 아래로 떨어진 물살이 소용돌이치듯 머물다 흐르는 물 속에 발을 담그면 채 5분이 안 돼 시려 오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건 와보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이 어려운 현상이다.

입술이 보라색으로 변한 8~9세 돼 보이는 사내 아이를 안은 채 계곡에서 처음 마주한 한 피서객의 "이렇게 물이 얼음장처럼 차갑고 맑은 줄 몰랐어요. 8월 내내 더위가 얼씬도 못할 것 같아요"라는 말이 8월의 어비계곡을 함축하는 듯했다.

어비계곡(漁飛溪谷)은 설악면 가일리 문화마을 위쪽에 자리잡고 있다. 가평군 남쪽의 최고봉인 유명산(864m)과 중미산(833m)에 이어진 어비산(828m) 줄기에서 시작해 어비1교 부근에서 유명계곡 물과 만나 벽계천을 거쳐 북쪽 청평호로 흘러드는 가일천 상류 약 2km에 펼쳐진 계곡을 말한다.

▲ 어비 1교에서 바라본 어비계곡 하류 [정재수 기자]

경기도내 최고봉인 북쪽의 화악산(1468m)에서 발원해 명지산과 연인산 계곡물과 합류해 남쪽으로 34.82km 흘러 남이섬 방향으로 흘러드는 북한강 제1 지류 가평천과 정 반대 방향의 하천·계곡이다  

어비(漁飛)는 장마로 계곡에 물이 많아지면 물고기들이 계곡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가는 모습이 마치 날아 가는 듯한 모습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도 운이 좋으면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나는 산천어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어비 1교가 있는 '문화마을' 인근이 하류인 데 물살이 세지 않고 폭이 넓으며 계곡을 따라 캠핑장과 펜션이 자리해 가족들이 여유로운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시설마다 계곡의 돌을 이용해 작은 물놀이장이 꾸며져 있다.

상류는 가일 2리 어비공원 인근으로 명소 중 명소다. 울창한 숲을 머리에 이고 크고 작은 바위틈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물살에 발을 담그면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발이 시려진다. 곳곳에 어른 허리까지 올라오는 '소(沼)'도 있으며 위로는 양평군 갈현 마을과 이어진다. 

시원하게 굽이치는 물소리를 따라 숲속 나무그늘 계곡에 들어서기만 해도 이미 더위와는 거리가 멀다.

어비계곡은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설악IC로 나와 37번 국도를 따라 8km 정도 달리면 도착할 수 있다. 37번 국도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비계곡 초입에 '어비산 어비계곡'이라는 조형물이 내방객을 반긴다.

▲ 어비계곡 입구에서 피서객을 반기는 어비계곡 표시 조형물 [정재수 기자]

조형물을 지나 승용차로 5분 정도 더 시원한 계곡 바람과 공기를 마시며 거슬러 올라가면 오른편으로 보도블럭으로 바닥을 정비한 주차장이 나온다. 경기도가 관광명소화를 위해 설치한 생활 SOC 가운데 하나로 무료다. 한쪽에 화장실이 있는 데, 화장실 안에 에어컨까지 설치돼 있다. 

주차장 앞에 바로 계곡이 있는데 어릴 적 물놀이하며 물고기를 잡던 개울처럼 널찍하고 친근감이 들게 맑은 물이 졸졸졸 흐른다.

주차장을 뒤로하면 왼편에 '둘레길'이란 표현이 어울리게 잘 정비된 데크가 눈에 들어온다. 이 데크 또한 경기도와 가평군이 계곡정비를 하면서 설치한 시설이다. 

2년 전에는 불법으로 설치된 평상과 자릿세를 받는 파라솔이 난무하던 곳이다. 지금은 깨끗하게 정비돼 전체적으로 받는 첫 인상이 계곡을 찾았다기 보다는 잘 가꿔진 대형 자연 정원에 왔다는 인상을 준다.

▲ 어비계곡을 둘러볼 수 있게 설치된 '데크'路 [정재수 기자]

자연 정원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경기도와 가평군이 2년여에 걸쳐 불법시설물을 정비하고 관광명소화를 위해 정성스레 설치한 생활SOC 때문이다.

경기도는 2000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20여억 원을 들여 불법시설물과 쓰레기 등을 정비하고 72면 규모의 주차장과 데크로드, 소공원 등을 조성하고, 에어컨까지 갖춘 화장실을 설치해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했다.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겐 안성맞춤

어비계곡을 온몸으로 느끼며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옛 농수로가 나오는 데, 이 농수로가 '보' 역할을 하며 계곡물을 가둬 자연 풀장을 형성한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물놀이를 즐기는 곳이다. 이날도 부모를 따라 이 곳에 온 아이들이 삼삼오오 물놀이를 하며 행복한 추억을 쌓고 있었다.

▲ 농수로가 '보' 역할을 해 자연 풀장을 형성한 어비계곡 하류 [정재수 기자]

서울에서 왔다는 한 가족은 "서울과 가까운 곳에 이런 계곡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계곡이 넓고 물도 깊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하기 너무 좋다"면서 "좋은 곳에서 좋은 추억을 가족과 쌓을 수 있어 행복하다"며 함박 웃었다.

수원에서 온 또 다른 관광객은 "사실 몇 년 전 어비계곡을 찾았을 때는 평상을 잡아야만 계곡에 들어갈 수 있었다. 불쾌하지만 어쩔 수 없이 머물다 갔었다"며 "올해는 와 보니 너무 잘 정비된 시설에 놀랐고, 또 평상이 치워진 어비계곡의 본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랐다"고 말했다.

널찍한 계곡을 뒤로하고 데크를 따라 상류 쪽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어비계곡 마을 쉼터가 나온다. 마을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10분 정도 다시 올라가면 '어비산 등산로'를 만날 수 있다.

어비계곡에서 823m의 어비산을 오를 수 있는 초입인데, 등산로를 뒤로 하고 조금만 더 오르면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 뿜는 인공폭포와 계곡 바닥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분수, 이를 바라볼 수 있는 정자까지 갖춘 '어비공원'이 나온다. 어비계곡의 '핫 플레이스'다.

인공폭포는 데크 다리에 설치한 관을 통해 25개의 물줄기를 아래 계곡으로 뿜어 무지개를 연출하는 등 볼거리와 시원함을 동시에 제공하는 시설이다. 조금 발품을 팔아 계곡으로 내려간 뒤 인공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면 도시의 때와 무더위가 일시에 씻겨 내려간다.

인공폭포 아래 계곡 바닥에는 20m 높이까지 물줄기를 쏘아주는 분수가 설치돼 있는데, 어비계곡의 시원한 바람에 물줄기가 흩어질 때면 분무가 시원함과 청량감을 더해준다.

▲ 어비공원 인공폭포와 계곡을 조망할 수 있는 정자 [정재수 기자]

공원 가장 자리에는 계곡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정자가 있다. 이 정자에 앉아 계곡 바람을 맞으며 인공폭포와 분수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 보노라면 신선이 따로 없다.

어비산 등산코스는 1코스와 2코스로 나뉘어 있는 데, 1코스가 좀 더 길고 험하다. 어비산 정상은 유명산으로 이어져 계곡을 찾는 이들 뿐 아니라 산악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산행후 계곡으로 내려와 계곡에 발을 담그고 땀에 젖은 몸을 식히는 기분은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이 곳에서 만난 계곡 지킴이 이성준 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계곡 전체가 평상에 둘러싸여 있었고 찾아온 피서객과 실랑이가 끊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보시다시피 한 폭의 정원처럼 깨끗하게 잘 정비돼 있다"며 "주변 상인들도 지금의 계곡에 흡족해 하며 청정계곡 유지를 위해 협조를 잘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가일2리 이장 출신으로 30년 넘게 어비계곡을 지켜오고 있는 정영식 씨는 "2년 전 계곡 정비할 당시 이장을 맡고 있었는데 우여곡절도 많았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이 복원된 아름다운 계곡을 유지하는 것인 만큼 경기도와 가평군이 일회성 정비에 그치지 않고 계속 관심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평군에서는 현재 가평읍, 설악면, 청평면, 상명, 조종면, 북면 등 6개 읍·면에 2명씩 12명의 '계곡 지킴이'가 활동 중이다.

어비계곡의 또 다른 볼거리 '겨울 빙벽'

▲ 겨울 어비계곡의 진풍경 '빙벽'  [경기관광공사 제공]

어비계곡의 또 하나의 절경은 겨울 풍경이다. 여름에 앉아 있기만 해도 서늘한 어비 계곡의 겨울은 칼바람과 영하 20~30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추위가 2개월 여 이어진다.

칼바람으로 어비공원 인공폭포 다리 뒷편에서 조금씩 흘러내는 물이 꽁꽁 얼어 빙벽을 형성하고 바닥까지 하얗게 언 풍경은 좀처럼 볼수 없는 절경이어서 많은 사람이 찾는다. 겨울 빙벽 사진을 찍는 국내 대표적 명소 가운데 하나다.

4계절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어비계곡을 나와 37번 국도를 타고 차로 5분 정도 거리의 가평 양떼목장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계곡물처럼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거기서 뛰노는 양과 알파카가 노니는 까지 함께 교감할 수 있는 6만 평이 넘는 초원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을 즐기면 하루 풀코스의 어비계곡 관광이 마무리된다.

때가 됐다. 깨끗하게 정비돼 새로운 관광명소로 태어난 청정 경기계곡. 이번 여름은 여행도! 계곡도! 경기도.

KPI뉴스 / 정재수 기자 jjs3885@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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