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보다 무서운 기대의 붕괴…'가상자산 추락' 진짜 이유는

안재성 기자 / 2026-02-06 17:05:52
한때 9000만원선 붕괴…'매파 연준'·'AI 거품론' 우려
'디지털 금' 서사 무너져…기술주처럼 움직이는 비트코인
"새로운 가치 저장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을 듯"

금은 최후의 결제수단,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통한다. 경제위기마다 금값이 치솟는 이유다. 오랜 역사에서 비롯된 금의 지위 때문이다. 1971년 미 달러의 금태환제가 폐지될 때까지 금은 궁극의 진짜 화폐였다. 

 

그러한 자산이 금만은 아니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한 최초의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그동안 '디지털 금'의 지위를 누리며 몸값을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위기 국면에서 안전자산 역할을 하기보다는 금리와 기술주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6일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7.98% 떨어진 6만498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15분쯤 6만246달러까지 추락해 6만 달러 선 붕괴 위기를 겪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같은 시각 비트코인 가격은 9646만 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9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1억7987만 원)에 비해 거의 '반토막'난 수준이다. 이날 오전 9시 15분쯤엔 일시적으로나마 9000만 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비트코인만이 아니다. 이더리움, 솔라나, XRP, 도지코인 등 거의 모든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했다.

 

▲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란 믿음에 금이 가고 있다. 사진은 비트코인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급락 배경에 대해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자가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인식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식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주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 악화 우려와 '인공지능(AI) 거품론'이 가상자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엔 하락폭이 너무 크다. 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은 "비트코인 가격 내림세가 디지털 금이란 믿음을 깨뜨렸다"며 "그 점이 하락세를 더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금리인하 기대감 냉각, AI 거품론, 고용 악화 우려 등에 하락 영향을 받았다면 안전자산이 아니라 위험자산이란 얘기다. 비트코인 가격은 금이 아니라 기술주와 동조해 움직였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서사가 무너졌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5일(현지시간) 온라인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을 통해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 아니라 기술주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금을 대체할 미래 자산은 결국 금"이라고 밝혔다.

 

홍콩 가상자산 옵션 플랫폼 시그널플러스의 어거스틴 팬 파트너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시장은 서사의 위기에 직면했다"며 "가상자산 위치가 어딘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뢰의 위기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은 더 추락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닉 퍼크린 코인뷰로 공동창립자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5만750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비트코인 서사가 깨진 걸 계기로 가상자산 재평가가 진행될 전망이다. 문 소장은 "지금까지 비트코인은 최초의 암호화폐로서의 상징성과 함께 가치 저장 수단으로 신뢰를 받고 있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가치 저장수단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를 통해 살아남은 가상자산에 투자금이 쏠려 비트코인 가격이 회복할 거란 전망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올해 말쯤 비트코인 가격이 15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탠다드차타드도 같은 예상을 내놓았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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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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