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합의 여부·전송 방식별 대가 지불이 쟁점 망(네트워크) 사업자들과 콘텐츠 제공사업자(CP)들 간의 대리전으로 주목받는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공방이 양측의 첨예한 입장차로 또 다시 공전했다.
양측은 20일 서울고등법원 민사 19-1부(부장판사 배용준 정승규 김동완)의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의 4차 변론기일'에서 사전 합의 여부와 증거를 두고 날선 대립을 이어갔다.
넷플릭스는 "무정산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는데 SKB 측이 뒤늦게 대가를 지급하라고 한다"는 입장인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무정산에 대해서는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며 맞섰다.
SK브로드밴드측이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할) 비용 발생'을 언급한 이메일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넷플릭스측은 'SKB측이 부담할 비용'이라고 해석하면서 논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양측은 8월 24일과 10월 12일 양측 엔지니어들을 각각 증인으로 불러 다시 맞붙을 예정이다.
양측이 대립하는 지점은 2018년 5월 미국 시애틀에서 도쿄로 망 연결지점을 변경할 당시 어떤 형태로든 합의가 있었느냐는 것. 한쪽은 '무정산 유지'로, 다른 쪽은 '이동 먼저, 추가 협의' 원칙 하에 작업이 이뤄졌다고 맞서고 있다.
넷플릭스 "무정산 합의 하에 연결지점 변경 동의"
넷플릭스측은 "상호 무정산 합의가 처음부터 이어지고 있었다"면서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도쿄로 연결지점 변경'을 제안했을 때 종전 시애틀에서 연결하던 방식과 동일한 무정산 방식이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연결지점을 변경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사이의 연결지점이 시애틀에서 도쿄로 변경됐을 뿐 트래픽을 직접 교환하는 방식에는 어떠한 변동도 없었고 자연스럽게 무정산 연결 합의 또한 그대로 유지됐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금전을 요구하는 권리가 있으려면 타인과 합의(계약)를 했거나 법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나 SK브로드밴드는 둘 중 그 어느 것도 주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SKB "협상 번번이 무산…무정산 합의 없었다"
SK브로드밴드는 "미국과 일본은 연결 방식부터 대가 정산까지 본질적으로 성격이 달라 무정산 합의가 이어질 수 없다"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합의는 추가 협의사항(Open Issue)으로 남겨두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연결지점(일본 BBIX)과 연결방식(프라이빗 피어링)에 대해서만 합의를 했다"며 "당연히 상호간 어떠한 무정산 합의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2016년 1월 넷플릭스가 미국 SIX를 통해 SK브로드밴드 망에 연결한 것은 퍼블릭 피어링(Public Peering) 방식으로 애당초 넷플릭스와의 합의나 망 이용대가 지급이 전제되는 것이 아니지만 2018년 5월 일본 BBIX에서 프라이빗 피어링(Private Peering)으로 연결한 후 발생하는 망 이용대가는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2016년 2월 이후 넷플릭스 트래픽이 급증해 2018년에 전송 지점을 바꿔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공통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국내 론칭을 준비하던 2015년부터 적극적으로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관련 협상에 나섰으나 번번이 무산됐고 이후 논의된 사업 제휴 협상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망 이용대가 합의를 우선시했다면 연결지점 변경과 안정적 서비스 제공 자체가 불가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망 이용대가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합의는 추가 협의사항(Open Issue)으로 남겨두고 연결지점과 방식에 대해서만 합의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퍼블릭 피어링' vs '프라이빗 피어링'
양측은 전송 방식 차이와 그에 따른 대가 지급을 두고서도 대립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송 방식은 미국 시애틀에 연결망을 둘 때는 퍼블릭 피어링, 일본으로 연결지점을 변경하면서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바뀌었다.
넷플릭스는 "두 방식은 당사자가 피어링 방식으로 트래픽을 '직접 교환'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므로 대가 지불 이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퍼블릭 피어링 시에는 스위치를 이용해서 연결하고 프라이빗 피어링은 스위치 없이 당사자들간 회선을 연결한다는 점만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SK브로드밴드는 반발한다. "퍼블릭 피어링은 주로 소규모 트래픽을 송수신할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송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넷플릭스처럼 대규모 트래픽을 송수신해야 하는 경우 품질 유지를 위해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라이빗 피어링은 일종의 전용선으로 연결지점은 물론 망 이용대가 지급에 대해 별도 협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7월 현재, SIX, Any2, Equinix(미국) 외에 BBIX(일본), HKIX(홍콩), Equinix Singapore(싱가포르) 등 다양한 IXP(Internet eXchange Point,연동포인트)들과 연결하고 있는데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이면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서가 없는 공방…결론은 예측불가
두 회사의 법적 공방은 2019년에 시작됐다. SK브로드밴드가 그 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 신청을 내자 넷플릭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020년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SK브로드밴드가 승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1년 6월 원고인 넷플릭스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넷플릭스가 SKB를 통해 인터넷망에 접속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SKB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넷플릭스는 즉각 반발, 다음달에 바로 항소를 제기했고 SK브로드밴드도 9월 넷플릭스에 '부당이득반환 청구' 반소를 제기했다.
무려 4차까지 진행된 양측 변론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 모두 계약서가 없어 진위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어느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아직은 예측 불가다.
넷플릭스가 지불해야 할 전용회선 비용은 2021년 6월 기준으로 272억 원이다. SK브로드밴드가 2018년 이후 회선 및 설비 투자 비용으로 지출한 비용이다. 넷플릭스 드라마들의 인기로 회선 사용이 급증한 점을 감안하면 누적 비용은 3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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