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플랫폼기업의 그림자…"10년 후 존속 가능한지 의심하라"

안재성 기자 / 2022-07-12 16:34:15
취준생 선호 '네카라쿠배 당토직야' 다수가 '만년적자'
"매출 늘수록 적자폭 확대…입사 전 수익성 들여다봐야"
요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네카라쿠배 당토직야'라는 용어가 유행한다. 플랫폼기업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직방·야놀자를 뜻하는 표현이다. 

이들 기업은 젊은층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사하고 싶은 기업' 설문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을 점령한다. 

우선 처우, 특히 개발자에 대한 처우가 우수하다. 신입 개발자 초봉이 보통 6000만 원 이상이며, 스톡옵션까지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개발자가 다수다. 신규 입사자에게 연봉의 20~50% 가량을 사이닝보너스로 지급하는 곳도 있다. 

최근 트렌드에 맞는, 혁신적인 플랫폼기업이란 점과 수평적인 문화도 젊은층에게 인기 요소다. 

관련 학원까지 인기다. '네카라쿠배 입사 지원'을 목표로 내건 학원 다수는 '1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나타낸다. 많게는 3~4개월 간 1000만 원이 넘는 학원비를 받는데도 비전공자인 문과생까지 몰려든다. 

그러나 플랫폼기업을 최우선 입사 희망기업으로 고려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시선이 있다. 

▲취준생 선호도가 높은 '네카라쿠배 당토직야' 중 다수가 '만년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들은 혁신에만 주목하기보다 수익성도 냉정히 판단해 입사를 결정할 것을 권한다. [UPI뉴스 자료사진]

한 개발자 육성 학원의 강사는 "가장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플랫폼기업 취업은 네이버, 카카오, 라인까지만 고려하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거라고 자신할 만한 기업은 이들 세 곳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래 일하고 싶으면 차라리 대기업이나 은행에 가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고 했다.

대기업, 은행 등 역시 '개발자 붐'인 것과 동시에 대다수 플랫폼기업들이 '만년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언이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23조9282억 원)이 54.0% 늘었음에도 영업손실(1조1208억 원)이 103.6% 증가했다. 2018년(영업손실 1조1280억 원) 이후 3년 만에 1조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낸 적자는 6조1000억 원이 넘는다.

배달 어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경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영업손실 757억 원을 냈다. 전년보다 매출이 85.3% 증가했음에도 적자 규모는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모바일 송금 앱 토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등을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당근마켓도 지난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직방은 재작년 38억 원 흑자에서 작년 82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여가 플랫폼기업 야놀자는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 영업이익(31억 원)은 전년동기 대비 80.5% 급감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업종 특성이라 플랫폼기업들은 만년적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기업들은 초반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 무료·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도 가격을 올리면 점유율이 떨어지기에 쉽게 인상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은 물류센터 등에 거액을 투자하면서도 쉽게 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는 매출이 늘어도 적자가 더 커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본업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상태에 처한 플랫폼기업들은 다른 분야를 엿보기도 한다. 최근 쿠팡은 대부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기업들은 일단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여 적자를 메우면서 몸집을 불린다. 하지만 외부 투자를 계속 유치할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냉정하다. 차익 실현의 적기라고 판단하거나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고 여겨지면 즉시 '출구 전략'을 실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기업 등 성장주 투자자들이 증권시장 상장 후 적절한 시점에 지분을 정리해 차익을 실현하는 건 흔한 일"이라고 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혁신기업이 영원히 혁신기업일 수는 없다"며 "취준생들은 자신의 입사 희망기업이 10년 후에도 존속 가능한지에 대해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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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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