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오히려 물어야하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 왜 살까?

강혜영 / 2020-09-11 14:45:02
기재부, 비유럽 국가 중 첫 마이너스 금리 유로화 외평채 발행
금리 더 떨어지면 채권 가격 올라…만기 도래전 팔면 시세차익
중앙은행, 위험 관리 차원서 외화 현금 대신 여러나라 국채 보유
정부는 최근 7억 유로 규모의 유로화 표시 외평채를 -0.059% 금리에 발행했다. 외평채는 외화 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발행자금은 기금에 귀속돼 외환보유액으로 운용된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산 투자자는 이자를 지급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야 한다. 상식적으로 볼 때 차라리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게 이익일 텐데, 투자자들이 구매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여도 앞으로 더 떨어진다면 채권 가격이 올라 시세 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개요 [기획재정부 제공]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14억5000만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역대 최저 금리로 발행했다.

그중 7억 유로 규모의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외평채의 발행금리는 -0.059%로, 비유럽 국가의 유로화 표시 국채 중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채권으로 발행됐다.

이 유로화 외평채를 산 투자자들은 이자 지급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채권의 액면가인 7억 유로보다 많은 7억200만 유로를 내고 만기에는 액면가액(7억 유로)만 상환받게 된다.

그럼에도 유로화 표시 외평채에 50억 유로 이상의 투자자 주문이 접수됐다. 최종 발행된 7억 유로 규모의 유로채 가운데 51%는 자산운용사들이 사들였고 은행이 25%, 중앙은행・국부펀드 등이 19%를 샀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우리나라 만 발행하는 것이 아니다. 8월 말 기준 세계적으로 이 같은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14조900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특히 유럽 내 국가들은 7조1000억 달러 규모의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얼핏 보면 손해인 것 같은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투자자들이 사는 주된 이유는 채권 가격 측면에서 시세 차익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따라서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경기침체 등으로 금리가 현 수준 보다 더 내려갔을 때(채권 가격 상승 시) 판다면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

주식을 살 때 배당을 보고 산다기보다는 주식 가격의 시세 차익을 보려고 하듯, 채권도 쿠폰 이자를 노리고 사는 경우도 있지만 국채 가격이 변동에 따른 이익을 노리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중앙은행 등에서 리스크 헤지를 위해 다른 나라의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보유하기도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채권을 구매하는 것은 여러 나라 국가 국채를 보유함으로써 위험을 줄이려고 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중앙은행은 위기 등을 대비해 달러, 유로화 등 외화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현금으로 보유하면 손해이기 때문에 아주 안전하면서 수익을 조금이라도 낼 수 있는 선진국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뿐 아니라 대형 은행 등 금융회사는 건전성·유동성 규제 비율 등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마이너스 채권을 보유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물가가 떨어지면 마이너스 금리도 실질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채권을 구매하기도 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인 경우에도 디플레이션이 있다면 실질 금리가 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 일본 등의 일부 국가들은 은행 예치금리가 마이너스인데, 은행 이자보다 마이너스 금리 이자가 적은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거액의 현금을 보유한다면 채권 투자를 통해 보관 비용과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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