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채널 독점 방지 위한 규제 필요" VS "금융 소비자 편익 증대" "통장 개설하고, 대출 상품 출시하고 똑같이 금융업을 하는데 IT기업만 더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는 것은 은행에 대한 역차별 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Bigtech)들이 금융업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은행권 등 금융사들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빅테크가 금융 업무를 수행할 때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는데, 은행들이 적용받는 은행법 등에 비해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빅테크는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거대 IT기업을 가리킨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과 관련해 "금융회사와 동일한 리스크를 유발하는 동일한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업 진출 박차 가하는 IT 공룡들…규제는?
금융당국은 2013년부터 핀테크를 육성하고 스타트업과 IT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업 진입장벽을 꾸준히 낮춰왔다. 이에 빅테크도 금융혁신서비스사업자나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될 경우 금융업 라이센스나 별도의 영업·건전성 규제, 대주주 적격성 이슈 등 없이 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빅테크가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의 범위는 간편결제, 송금 서비스를 넘어 예·적금, 대출, 펀드, 보험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카카오는 2016년 설립한 카카오뱅크를 통해 예·적금, 대출, 증권계좌개설 등을 제공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카카오페이증권을 설립해 펀드 투자를 중개하고 있으며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금융전담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해 결제와 송금 서비스뿐 아니라 주식, 신용대출, 보험, 예·적금 관련 서비스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일정 조건을 갖추면 연 3%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중개하고 미래에셋대우가 운용하는 CMA(자산관리계좌)상품이다.
빅테크가 금융업 진출하면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개발되고 금융산업 내 경쟁이 심화돼 금융소비자들이 저렴한 비용에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사와의 형평성 논란에 IT업계 "제한적 진출"
금융사들은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규제는 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한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포함될 빅테크의 후불결제(여신) 서비스가 특히 논란이다. 앞으로 간편결제 사업자에게 최대 30만 원 한도까지 후불 결제가 허용된다. 카드사들은 사실상 여신 사업을 하는 간편결제 사업자에는 건전성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후불결제 기능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카드사들의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는 1인당 2장까지만 발급받을 수 있지는 등 제한이 있지만 빅테크 후불결제 서비스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는 점도 논란이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규제를 적용받는 것도 역차별이라고 보고 있다.
빅테크의 선불결제 충전금에 대한 '리워드' 지급도 논란거리다. 선불결제 충전금에 대한 이자 지급은 금지돼 있지만, 리워드를 지급하는 것은 허용된다. 금융권은 선불결제 충전금에 대해 리워드를 제공하는 것은 예수금에 이자를 지급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 판매와 관련해서도 은행은 특정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판매할 수 없게 돼 있고 사망보험, 자동차보험 등 일부 상품은 다루지 못한다. 하지만 빅테크는 제한을 받지 않는다. 온라인 대출 상품 비교도 마찬가지다. 은행은 대출 모집인이 1개 금융회사와만 대출 모집업무 위탁계약을 맺어야 하는 '1사 전속주의'가 적용돼 다른 금융사의 대출 상품을 비교할 수 없다. 이 역시 빅테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음 달 시작되는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리관리업)을 두고도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들은 정보를 빅테크에 내줘야 하지만 네이버나 카카오의 검색, 쇼핑 등의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달 말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빅테크 진출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안에 금융·정보기술(IT) 업계,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는 협의체를 구성해 금융업 공동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은 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의 규제로 묶여있지만 빅테크 기업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전자금융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서 금융사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이와 관련해 IT 기업들은 기존 금융사와 수행하는 기능이 동일하지 않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장을 개설한다고 직접 여·수신을 하는 것도 아니고 후불결제도 한도가 30만 원이며 카드론 등 카드사의 기능을 전부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제한적인 환경에서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적용해야…판매채널 독점 우려도"
금융권의 전문가들은 빅테크의 금융업도 기존 금융사와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혜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빅테크의 금융업 수행이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금융회사와 동일한 리스크를 유발하는 동일한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별다른 규제없이 수행되는 빅테크의 선불충전이나 대출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동성규제나 건전성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금융상품 판매는 빅테크가 하지만 책임은 제휴를 맺은 금융사의 몫이라는 점에서도 별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 사업자는 단순 판매 채널로서 다른 금융상품에 대한 광고, 정보제공 혹은 판매를 대리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네이버나 카카오뱅크 등이 개설하는 증권계좌의 서비스에 대한 책임은 제휴 증권사에 적용되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금융 상품을 연계·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별도의 규제, 감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빅테크가 성장할수록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 채널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온라인 플랫폼과 금융회사의 협업이 증가하게 되면 거대 온라인 플랫폼과 협업하는 금융회사와 협업하지 않는 금융회사의 수익 격차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정 온라인 플랫폼이 금융상품의 판매 채널을 독점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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