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도 타격 예상…송환법 시위때도 대홍콩 수출 30%↓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 가능성도…"무역 다각화 노력 필요" "홍콩에 나가 있는 무역회사들은 죽을 맛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겨우 나아지는가 싶더니 국가보안법 사태로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이 또다시 어려워질 것 같다."
홍콩 현지에서 무역 회사를 운영하는 A 씨는 중국이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을 선포한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 움직임으로 홍콩 내 반중 시위가 또다시 격화하는 양상이다. 미국도 해당 법이 제정될 경우 경제 제재부터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내 봉쇄 조치가 지난달 8일 해제된 지 한 달여 만에 보안법 사태가 또 다른 리스크로 부상하자 홍콩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과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보안법 제정 의지에 홍콩 특별지위 박탈 위기
중국이 지난 21일 홍콩 의회를 거치지 않고 홍콩 보안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홍콩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홍콩의 반발에도 이번 주 내로 법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미국은 이 법이 제정되면 홍콩에 부여하고 있는 특별 지위를 박탈할 가능성이 크다.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은 중국 본토와는 다른 특별 지위가 인정돼 왔다. 무역, 관세, 투자, 비자 발급 등에서 중국과는 구별되는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1월 제정된 '홍콩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에 의해 미국 국무부는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하고 특별 지위를 유지할지 결정한다. 홍콩이 특별 지위를 상실할 경우 중국 본토와 동일한 대우를 받게 돼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담하고, 기존 무비자에서 엄격한 비자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이에 따라 법이 통과될 경우 우리 기업들을 포함한 홍콩 진출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제약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홍콩에 부여됐던 특혜들이 사라지게 되면 우리 기업들이 홍콩에서 대거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보안법 통과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도 선택권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7일 코트라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보안법이 아직 발효되지 않아 당장 우리 기업들의 애로 사항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추후 법 통과를 대비해 코트라 홍콩 무역관 등에서 해당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작년 송환법 사태로 홍콩 수출 30% 급감…"이번엔 더 심할 것"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우리나라의 4위 수출 시장이다. 따라서 홍콩과 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수출 기업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송환법 시위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홍콩 수출은 30.6% 급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 459억9644만 달러에 달하던 대홍콩 수출액은 송환법 시위가 격화했던 2019년에는 319억1288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특히 홍콩으로 수출된 우리 제품은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그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8년 홍콩으로 수출된 우리 제품의 82.6%가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홍콩 인구는 약 700만 명 수준으로 자체 수요는 얼마 안 된다"면서 "홍콩을 통해서 광둥 등 중국 내륙으로 우리 제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미국 등 서방 세계가 홍콩에 대한 제재를 가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대홍콩 직접 수출, 간접적 대중국 수출 등 모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지난해 송환법 시위 당시보다 피해 규모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2차 무역 분쟁 조짐…코로나19 국면에 또 다른 악재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로 미중 무역 분쟁이 2차전으로 치닫는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 촉발된 양국 간의 무역 분쟁이 올해 1월 '1단계 무역합의'로 사실상 휴전에 들어갔지만, 이번 계기로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이미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까지 겹친다면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무역의존도가 2018년 기준 70.4%에 이른다. 대미·대중 수출의존도는 각각 13.5%, 25.1%에 달한다. 이에 따라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입은 충격이 주요국 중에서도 큰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종 교수는 "중국과 미국의 통상 전쟁으로 2019년 한국 전체 교역의 약 10%가 감소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되더라도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교역을 중단할 수 없다"며 "미중 사이에서 적절히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무역을 다각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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