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플러스 성장…코로나대책 효과 지켜봐야"
"RP 매입, 9조 유동성 공급…자금조달 개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0.75%로 동결했다. 코로나19 우려가 확산함에 따라 지난달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이날 의결문에서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비가 큰 폭 감소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졌고 수출도 소폭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를 큰 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파급영향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므로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거시경제의 하방 리스크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완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국내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통위는 이날 금리 결정 외에 공개시장운영 대상 증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유동성 지원 관련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직매매(단순매매) 대상 증권에 기존 국채, 정부보증채 외에 △ 산업금융채권 △ 중소기업금융채권 △ 수출입금융채권 △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을 추가하는 게 핵심이다.
이 외에도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적격증권에 예금보험공사 발행채권을 추가했다. 한은은 거래대상 증권 확대 조치를 통해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이 더 쉬워지고 비용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앞으로 한은이 신용확대 등 유동성 공급과 관련한 추가 조치를 내놓을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다음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일문일답.
ㅡ플러스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올해 1%대 성장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올해는 거의 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행 양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을 어떻게 전제하느냐에 따라서 전망은 아주 다양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경제전문가와 보건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서 하반기에는 경제활동이 점차 개선되어가는 시나리오로 생각한다. 그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1%대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말씀드린 0%대, 플러스, 1%대 이런 것은 결국 코로나바이러스 진행양상에 따라서 대단히 가변적이다."
ㅡ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정도가 심각해 보인다. 금융위기보다 충격이 심각할 것으로 보는가.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각국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국경을 통제하는 등 강도 높은 정책을 펴고 있다. 각국 모두 내수 부진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글로벌 경기는 소위 리세션(recession)이라고 하는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 우리 경제도 이러한 어려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ㅡ통화정책방향에서 성장률이 2월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회할 것이라 나왔는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지.
"결국 국내 경기흐름은 코로나 진전에 달려있다. 경제전문가뿐만 아니라 보건, 의료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해서 그 전망을 기초로 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예측을 해보게 된다.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2/4분기 중에는 진정이 돼서 3/4분기에 들어서면 경제활동이 점차 개선된다고 하는 전제가 기본적인 시나리오가 되겠다. 그런 가정 하에서 전망을 해보면 국내경제가 금년에 플러스 성장을 하지 않겠는가 예상해 본다."
ㅡ한은법 80조에 따라 비은행금융기관에 대출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어느 정도 논의가 되고 있는 건지. 80조를 시행하려면 65조 내용에 따라서 정부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여기서 정부 의견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대출 형태나 대상 등을 정부와 협의해서 정하는 건지.
"제가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을 통해서 회사채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가 실무자 선에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 협의에 따라서 세부적인 내용이 구체화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냐 하셨는데, 한은법 제80조를 통한 한국은행의 특정 기업에 대한 여신은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의 통상적인 기능을 넘어서는 이례적인 조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의견이 필요한 상황이다."
ㅡ시장에서는 정부보증 하에 특수목적법인을 세우고 이를 통해 회사채나 CP를 매입하는 연준과 같은 방식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현 시장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또 정부 측에서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지금 현재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가동이 되고 있고 또 한국은행이 전액공급방식의 RP매입을 통해서 유동성을 시장의 수요에 다 맞춰서 확대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로 회사채라든가 CP시장은 불안이 진정되고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코로나19의 향후 전개, 또 그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남아있고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특별대출 방식을 통해서 신용시장을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중에 있다고 말씀드렸다. 연준이 그랬듯이 정부보증 하에 특수목적법인을 통해서 설립하는 것은 상당히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준과 같이 정부와 협의해서, 정부의 신용보강을 통해서 시장안정에 대처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ㅡ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이다. 분기별 성장률 하락이 추가 금리인하 요인으로 고려될 수 있는가. 5월에 추가 금리인하가 가능한지, 정책 여력이 여전히 남아있는지.
"지난번에 기준금리를 비교적 큰 폭으로 낮췄기 때문에 당연히 정책 여력은 조금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개념으로 실효하한을 생각하는데, 사실상 실효하한이라고 하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가변적이다. 그런 개념을 염두에 두면, 금리로 대응할 정책 여력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5월에 당장 다음 금통위에 추가 금리인하를 할 수 있냐는 금리정책의 여력이 남아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서 얼마든지 정책대응을 해야 되는 거다.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 상황에 맞춰서 대응을 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ㅡ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국채매입이나 회사채 매입 등에 나서서 유동성을 직접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 연준처럼 국고채 매입을 대량 매입을 선언하는 형태의 양적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는지.
"회사채 직접매입은 법적으로 제약이 있다. 지금은 시장이 필요로 하는 유동성 수요 전액은 제한 없이 공급하고 있다. 국고채의 경우도 국고채 수급안정과 시장안정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필요하면 매입할 계획도 있다. 금년 중 국채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서 국고채 수급안정을 통해서 시장안정을 도모할 생각이다. 국고채 매입도 적극 실시할 예정이다. 오늘 오후에도 국고채 매입계획을 공고할 것으로 알고 있다."
ㅡ기준금리 대폭 인하 등의 조치에도 국고채의 장단기 스프레드(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추경과 관련해서 국채공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하는 전망에 따라서 국내 장기시장금리의 하락폭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금리인하 기대가 시장금리에 어느 정도 선반영되면서 은행 대출금리가 1월부터 쭉 하락세를 보여왔다. 3월 하순 들어서는 국내 장기금리의 하락을 제한시켰던 두 가지 요인, 주요국의 장기시장금리 추이와 국채공급 확대 예상에 따른 시장의 반응이 일부 완화되면서 장기금리가 하락세로 전환됐다. 지난달 기준금리의 효과가 어느 정도는 분명히 작동됐다고 생각한다."
ㅡ두 차례 RP매입, 외화대출 입찰이 있었다. 입찰 결과로 봤을 때 자금조달시장, 달러자금시장, 채권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한국은행은 전액공급방식의 RP매입제도를 통해서 지금까지 9조 원 가까이 유동성을 공급했고, 외화대출 입찰을 통해서 한․미 통화스왑자금을 이용해서 131억달러의 미 달러화를 공급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서 증권사를 비롯해서 금융회사의 자금조달 사정이 상당 부분 개선됐고 정책에 대한 효과가 나타났다 생각한다. 그리고 채안펀드 출자 금융회사의 소요자금을 적기에 공급함으로써 시장안정이라든가 채안펀드의 원활한 조성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했다 평가하고 있다.
한·미 통화스왑자금을 이용한 외화대출로 은행에 공급된 131억달러의 자금은 은행의 대고객 거래를 통해서 실수요자에게 공급됐다. 외화자금 수급여건이 개선되는 데에도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ㅡ연준이 미 국채시장을 포함해서 금융시장에 원활한 기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Repo 대출기구를 만들어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향후 달러조달 상황이 다시 불안정해질 경우 한은이 이것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연준의 FIMA Repo 말씀을 하셨는데, 앞서 말씀드렸지만 현재 한·미 통화스왑자금을 통해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제도를 당장 이용한다기보다는 그것도 한 번 같이 지켜볼 생각이다. 한국은행이 미 연준과의 Repo 거래를 통해서 달러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다 생각한다."
ㅡ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한은의 문제의식이 안일하다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경제·금융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그 이상을 넘어서는 충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거에도 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에게 부여된 권한, 그 범위 내에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시장의 기대하고는 조금 괴리가 있는 것 같다."
ㅡ미 연준이 장기금리시장 안정을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적이 있는 YCC(수익률 곡선 제어 정책) 도입을 검토하고 일본 BOJ에서도 2016년부터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우리나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나.
"다 자국의 그때 금융·경제상황에 따라서 그런 제도를 펴게 된다. 각국의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단기금융시장안정을 위해 전액공급방식의 RP매입을 통해 3개월 만기 금리상환을 컨트롤하고 있다. 필요하면 다른 나라와 똑같은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상황에 맞춰 필요에 따른 정책을 시행한다. 앞으로도 금융·경제상황 전개에 맞춰 적기에 적합한 정책으로 대응하겠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