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엇갈린 속옷 진술…재심 판도라 상자 열리나

주영민 / 2019-11-15 09:49:34
윤 씨 "반쯤 내려" vs 이춘재 "거꾸로 입혀"
이춘재 진술 사건 당시 피해자 모습과 일치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 씨가 청구한 재심에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증인으로 나서기로 하면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범행 방식을 놓고 윤 씨의 자백과 이춘재의 자백이 명백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가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그동안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15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과거 수사기록을 통해 피해자 박모(당시 13세) 양의 속옷 상태와 이춘재의 진술 내용이 맞아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윤 씨 수사기록에서의 진술은 박 양의 속옷 상태와 맞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수사팀은 범인이 박 양 방에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뒤 옷을 다시 입혀놓은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윤 씨의 진술서엔 '속옷을 반쯤 내린 뒤 범행했다'고 적혀있어 수사팀의 추정과 일치하지 않는다.

수사팀이 옷을 다시 입혀놓은 것으로 추정한 이유는 현장에서 발견된 박 양의 속옷이 뒤집힌 채 입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주장하는 이춘재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박양의 속옷을 벗겼다가 거꾸로 입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의 진술과 달리 이춘재의 진술은 사건 당시 박 양의 모습과 일치 한다.

윤 씨의 재심에 이춘재가 증인으로 나서기로 하면서 향후 있을 재판에서 구체적인 범행 상황이 제시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이번 재심이 누명을 쓰고 20년 옥살이를 했다는 윤 씨 입장에서는 자신의 무죄를 진범으로 추정되는 이춘재가 밝혀주는, 국민 입장에서는 감춰졌던 그날의 진실이 열리는 판도라의 상자인 셈이다.

8차 사건은 박 양이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범행수법이 다른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달랐다는 이유로 모방범죄로 결론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윤 씨의 지문과 체모가 나왔고 그가 범행 정황을 상세히 자백했다는 이유로 1989년 7월 검거해 범인으로 발표했다.

유전자(DNA) 분석기법이 없었던 당시 경찰은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을 통해 윤 씨의 체모와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같다는 결론을 내렸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윤 씨는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하지만 최근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 등 14건의 살인을 자백하면서 '진범 논란'이 제기됐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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