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없어도 돈 나갈곳 많아, 축사 소독 작업에 직원 월급까지
정부가 김포 파주 연천 등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지역의 모든 돼지를 수매 및 살처분으로 없애기로 하면서 양돈 농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연천에서 돼지농장을 운영 중인 이 모(56) 씨는 "정부가 돼지를 수매를 해준다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돼지를 다시 키워서 팔 때까지 수입은 없는데 돈은 한정없이 들어갈 판"이라고 걱정했다. 양돈농가들은 돼지를 길러 출하하려면 임신 기간 6개월에 새끼돼지를 키우는 기간 등을 더해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돼지농장의 경우 대부분 직원을 두고 있다. 살처분 대상 지역인 연천 양돈농가의 고용 직원은 농장마다 최소한 5명은 될 것"이라며 "팔 돼지도 없는 상태에서 직원들이 봉급을 줘야 하는데 정부의 생계안정자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살처분 농가를 대상으로 월 최대 337만5000원의 생계안정자금을 최장 6개월간 지급한다.
연천 지역에서 또 다른 돼지 농가를 운영 중인 오모(39) 씨는 2010년 구제역 파동 당시에도 유사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돼지를 묻은 날로부터 모든 수입은 끊기지만 돈 들어갈 곳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재입식을 하려면 축사 소독, 이물질 제거 등 작업에 최소 3~4개월이 필요하다. 수입이 없었지만 매달 6000만 원씩 17명의 직원에게 월급을 주며 작업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구제역이 터지자 돈 빌린 곳에서 압박이 들어왔다"며 "살처분 보상금은 돈을 빌린 곳으로 바로 빠져나갔다"고 언급했다. 오 씨는 상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직원들을 실직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일부 농가는 그마저도 재입식이 늦어져 농장 정상화가 늦춰질 거라며 우려하고 있다.
연천 농장주 이 씨는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재입식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과거 구제역의 경우 백신 등 대책이 있어 상황 호전과 그에 따른 재입식 스케줄을 예상 할 수 있었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경우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지 않아 언제 재입식이 가능할지 알 수 없다"고 걱정했다.
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우 SOP(긴급행동지침) 절차에 따라 6개월 후 재입식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도 "다만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비교할만한 과거 사례가 없어 그때(6개월 뒤)가 돼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기약 없는 무수입 상태를 우려하는 농가 측은 휴업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 양돈농장주는 "돼지열병 확산을 막는다고 자식같은 돼지를 모두 묻었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산을 포기했으니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돈협회 역시 "재입식 기간만 보상해달라는 것"이라며 말을 보탰다.
한편 농식품부 측은 휴업에 따른 손해를 보상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규정에 나와 있는 생계안정자금 외에 따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휴업보상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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