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한이 없는 보안사가 민간인을 불법 체포해 경찰 대신 수사했다면, 이후 경찰에서 수집된 증거는 물론 검찰과 법정에서 한 자백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1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5년 형이 확정됐던 81살 정모 씨의 재심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 씨는 지난 1973년 반국가단체인 '재일조선인 유학생동맹 중앙본부'에 가입해 북한 지령을 받고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보안사에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민간인인 정 씨를 경찰이 수사한 것처럼 꾸몄지만, 사실상 보안사 수사관이 직접 수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씨는 1974년 징역 15년 형을 확정받아 수감생활을 했고, 이후 2016년 "불법 수사로 유죄를 받았다"면서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재판부는 "일반인 피고인에 대해 수사권한이 없는 보안사 소속 수사관이 실제로 한 경찰 수사는 절차위반 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정 씨가 검찰 수사에서 자백한 것에 대해서도 "압박이나 정신적 강압 상태에서 경찰 수사단계와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검찰에서도 한 것이라고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법정에서 한 진술 역시 "공소사실 대부분을 허위로 자백했다고 의심된다"며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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