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회계부정, 금융위 이어 행정법원도 인정
국정농단 사건에선 "그룹 차원 조직적 승계"
국제소송도 삼성물산 주주 피해 판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심과 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냥 '무죄'가 아니라 '유전무죄'라고 보는 시각도 엄존한다.
엄혹한 시기에 삼성의 경영권을 흔들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는 늘 쏟아져 나오고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언제나 당면 과제는 먹고 사는 문제, 경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상고를 결정한 검찰에 대해 반성하지 못하고 기계적인 무리수를 던진다는 비판도 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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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그럼에도 이 회장에 대한 판결은 대한민국 법이 만인에게 평등한가를 가늠하는 상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 1·2심 무죄는 과거 관련된 행정부의 판단과 사법부 내 다른 재판부의 판결과 배치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2심까지 무죄 판결이 나왔으니 이제 그만 끝내자는 주장은 여전히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과 대립한다.
만에하나 '유전무죄'라면, 곧 '무전유죄'와 연결된다. 그런 사회에서는 다수가 짓눌리고 민생이 괴로워진다.
대법원은 여전한 의혹에 대해 답해야 할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여부다. 2심 재판부는 851쪽의 판결문 중 230여쪽을 이에 대해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난데없는 비상계엄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점에서 판단에 앞서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의 핵심은 이 회장 지분율이 높았던 제일모직 가치를 의도적으로 더 높여 유리하게 해줬느냐다.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회계상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제일모직 가치가 달라지고 궁극적으로 합병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였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여러 회사 이름이 등장하면서 복잡해진다. 단순화한 골자는 이렇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이라는 회사와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세웠다. 삼성바이오가 85% 지분을 가졌지만 바이오젠은 향후 49.9%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권리, 콜옵션을 부여받았다.
삼성바이오는 이 콜옵션을 반영하지 않은 채 에피스를 종속된 회사로 분류하다가 2015년에서야 콜옵션을 근거로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바꿨다. 그러면서 에피스 지분을 시장가격으로 산정해 4조5000억 원 규모의 이익을 회계상 인식한 것이다. 단독으로 소유한 상태에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바꿨는데, 시점이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진 해였다.
2018년 금융위원회는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회계 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면서 이를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론내리고 고발 등 제재 조치를 의결했다.
또 6년이 걸려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 등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해 여러 전략을 추진하던 중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하기로 먼저 결정하며 사실과 상황을 사후 모색했다"고 판단했다. 특정 결론을 정해 놓고 사후에 합리화하기 위해 회계 처리를 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도 했다. '특정 결론'은 물론 삼성물산 합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지난 3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미리 정한 특정한 결론이 결국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대안 중 하나였다면 그것을 부정회계로 봐야 할 필요성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만으로 곧 부정 회계는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이미 2019년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이 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그룹 차원에서 조직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고 규정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두 차례 단독 면담에서 '좋은 말을 사줘라'는 요구를 받았고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승마 지원을 진행하였다"고 판단했다.
엘리엇과 메이슨 등 헤지펀드들이 제기한 국제 소송에서도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이재용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한국 당국의) 개입"이라고 판정이 내려졌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이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착수했다.
이렇듯 삼성물산 합병이 정상적인 절차 속에서 이뤄진 것이 아님을 뒷받침하는 판단들은 켜켜이 쌓여 있다. 사법부 판단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신뢰는 별개의 문제다.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얼마나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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