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尹이 띄운 상법 개정, 재계 반대하니 대행이 거부?

박철응 기자 / 2025-02-26 17:24:53
27일 본회의 통과 전망, 여당 거부권 요청 방침
尹 "소액주주 이익 반영 추진...반드시 지킬 것"
'회사=지배주주' 아냐...증시 신뢰 회복 최우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다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의 기로에 섰다. 이번에는 한국 증시의 체질과 투자자 권익, 그리고 기업 지배주주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 대해서도 충실토록 하는 의무와 상장회사의 전자주총 의무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조만간 거부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주도로 2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과 함께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두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최 대행에게 요청키로 했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최 대행은 각종 특검법안 등 정치적 이슈 외에도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 KBS·EBS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AI 디지털 교과서 채택 배제 등의 법안들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국회 문턱을 넘었더라도 '여야 합의'라는 조건을 내걸어 제동을 걸고 있다. 대통령의 빈 자리에 잠시 앉아있지만,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상법 개정안도 같은 잣대가 적용되면 빛을 보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번엔 애초 불씨를 지핀 것이 윤석열 정부라는 점이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일 증권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 역시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2주 후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전자주총을 제도화하는 등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저는 국민과 약속하면 무조건 한다.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못을 박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포럼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등 상법 개정 얘기도 나온다"고 언급하며 "기업에서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건설적인 논의가 중요하다"고 했다. 

 

투자자들이라면 지긋지긋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 이를 위한 주주 권익 보호 강화는 오래 묵은 과제다. 정부가 나서 의지를 보이니 야권에서는 기회로 여기고 관련 법안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재계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정부와 여당 내에서 동력이 약해지는 모양새를 보여왔다. 결국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막바지에 와서 여권은 상법 개정을 반대하고 거부권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매만지고 있는 것이다. 

 

야권이 일종의 절충안으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굵직한 내용들은 제외하고 추진하지만 여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계는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 등으로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어 오히려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LG화학, SK이노베이션, 두산밥캣 등의 분할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주주 피해 사례가 켜켜이 쌓여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과 2심에 무죄를 받긴 했지만,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는 해외 펀드들이 국제 소송에서 이겨 한국 정부가 막대한 배상을 해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그간 이사들이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회사'는 지배주주와 등치될 수 없다. 주주와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들이 망라된 개념이다. 가뜩이나 대통령 배우자의 주가조작 의혹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마당에 상법 개정도 물거품이 된다면 또 한 번의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윤 대통령의 "반드시 지킬 것"이란 말이 또 하나의 허언일지라도, 최 대행이 반추하고 '경제부총리'다운 선택을 하길 바란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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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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