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다목적홀. 제50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는 1000명이 넘는 주주들이 몰렸다.
이날 정기 주총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액면분할을 시행해 주주 규모가 작년 3월 말 기준 약 24만 명에서 현재 78만여 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한 상태에서 처음 열린 것.

삼성전자는 좌석을 800석으로 예년보다 두 배로 늘려 대응했지만, 주주 입장이 지연되며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침 7시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주주들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 가운데, 주총이 시작되고도 1시간 넘게 입장하지 못해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일부 주주들은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에 거센 톤으로 회사 경영진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오전 9시 주총 시작을 30분 남겨둔 시각, 삼성전자 서초사옥 입구에는 5층 주총장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소액주주들이 대로변까지 늘어섰고 대기 줄이 사옥을 한 바퀴 둘러싸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격한 목소리로 "액면분할로 이번 주총에 참석하는 주주들이 많을 것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지 않았나"라면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씨에 입장을 못하고 한참을 기다렸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번 주총은 삼성전자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CEO)직을 분리한 이후 처음 열렸지만, 이재용(51)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일부 주주는 "주가가 액면분할이 적용된 지난해 4월 말 5만3000원대였던 주가가 4만4000원대로 무려 17%나 떨어졌다. 장기투자를 할 수 있도록 배당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고액 연봉을 받는 이사진들은 뭐하는 거냐"면서 "주가 하락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처럼 바라보고, 경영을 잘못했다면 전부 사표를 내라"고 성토했고, 이에 동조하는 박수가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일반 주주와 교류에도 신경을 쓰고, 정직하게 사업해달라고 촉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주주는 "우편물에는 사외이사 내정자들의 약력만 소개되고, 삼성전자가 이들을 왜 선임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주주가 선출하는 이사진이 주총 전면에 소개가 안 되니 주주가 주인이 아니다는 '삼성이 주총을 여는 기업 가운데 유독 많은 비난을 받는지 아느냐'면서 "정치자금 안 냈다고 경영진이 거짓말하면 안 된다. 이런 점부터 솔직해져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일부 주주들은 언론에 보도된 삼성전자의 현황과 IT 기술과 관련한 전문적인 질문들도 쏟아냈다. 이에 부문별 경영현황 설명이 1시간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초격차 전략, 화학물질관리법에 대한 삼성전자 및 계열사들의 대응방안, 4차 산업혁명 대비 인수·합병(M&A) 계획, 중국·인도 등의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 전략 등에 대한 질문들이 제기됐다.
한편, 이날 주총이 열린 서초사옥 밖에서는 삼성그룹 해고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회원들이 '이재용 재구속 및 경영권 박탈 촉구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주총장에 들어서려고 하자 경비원들이 이를 제지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KPI뉴스 / 황정원 기자 h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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